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LNG선도 '고연비'가 잘 팔려…끊이지 않는 특허분쟁


입력 2017.05.25 06:00 수정 2017.05.25 08:21        박영국 기자

척당 2억달러 LNG운반선, 조선업 불황 속 매력적인 시장

고연비 PRS 기술 특허분쟁 패소한 대우조선 "차세대 기술 업그레이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LNG운반선이 건조되고 있다.ⓒ데일리안

조선업계가 ‘LNG 증발가스 부분 재액화 시스템(PRS)’ 관련 특허분쟁으로 떠들썩하다. LNG 운반선은 조선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실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인데다가, PRS 기술은 LNG운반선의 수주 경쟁력을 높여주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조선업체들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들간 PRS 특허 분쟁은 지난 16일 대법원이 대우조선해양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일단 마무리됐다. 하지만 아직 관련 특허가 여러 건 남아있는데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어 분쟁의 재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 2014년부터 PRS 특허를 놓고 분쟁을 벌여 왔다. 대우조선해양이 PRS 기술을 특허로 등록한 뒤 선주사들에 독창적 기술이라고 홍보전을 벌이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차례로 특허심판원에 무효 심판을 제기하면서 특허 분쟁이 벌어졌다.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격인 특허법원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승소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에 불복해 지난 2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이번에 기각되면서 최종 마무리된 것이다.

LNG운반선 기술 관련 특허분쟁은 국내에서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국내 조선업체들이 제기한 것과 동일한 PRS 특허를 놓고 일본 조선업체가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특허등록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일본 특허법원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특허를 인정해준 바 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LNG연료 추진선박 핵심기술인 ‘선박용 천연가스 연료공급시스템(HiVAR-FGSS)’에 대해서도 세계 각국에서 특허 분쟁에 휘말려 있다. 현재까지 유럽과 중국에서 1건씩의 분쟁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승소한 상태다.

◆척당 2억달러 고부가가치에 시장 전망도 밝아

조선업계에서 이처럼 LNG운반선 기술 관련 특허에 민감한 이유는 조선 업황 부진이 수 년째 계속되고 있고, 한 번에 거액의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고가의 해양플랜트 EPC(일괄건조) 방식 수주는 과거와 같은 부실 사태를 우려해 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LNG운반선이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LNG운반선은 해양플랜트만큼은 아니지만 상선 중에서는 부가가치가 가장 큰 선종에 속한다. 원양 항로를 운항하는 17~18만㎥급 LNG운반선의 척당 가격은 2억달러 수준으로, 컨테이너선 중 가장 규모가 큰 2만TEU급보다 비싸다.

대우조선해양이 야말(Yamal)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주한 쇄빙 LNG선의 경우 척당 3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전체 조선 시황은 금방 회복되지 않더라도 LNG선 시장은 빠르게 호황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국의 환경 규제로 LNG 운송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LNG선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LNG 수요 확대에 따라 2020년이면 지금의 과잉선박을 소화하고도 남는 추가 LNG선 수요가 발생한다고 여러 연구기관들이 이구동성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3년의 건조 기간을 감안하면 2017년부터는 LNG선 발주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보여 왔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 초 현재 전세계에서 운항 중인 LNG운반선은 총 486척이며, 그 중 102척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했다. 점유율이 무려 21%에 달한다.

2010년 이후 운항을 시작한 LNG운반선으로 범위를 좁혀 봐도 전세계 175척 중 20%에 해당하는 36척이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된 선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총 153척의 LNG운반선을 수주했으며, 아직 수주잔량으로 남은 물량도 51척에 달한다. 이 회사가 전세계 수주잔량 1위 조선업체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도 LNG운반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LNG운반선 재액화기술 개념도.ⓒ현대중공업

◆PRS기술 적용시 연료비 크게 절감…LNG선 수주전 핵심 아이템

대우조선해양이 이처럼 LNG운반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기까지는 그동안 선주들에게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점을 어필한 게 큰 역할을 했다. 세계 각국에 발 빠르게 LNG운반선 관련 기술 특허를 등록한 것도 그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PRS는 LNG운반선 수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LNG운반선에 실린 액체 상태의 천연가스는 운반 도중 조금씩 기화되는데, 그동안은 ‘버리는 화물’이었던 기화가스를 연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선박 연비를 크게 높여주는 게 PRS다.

자동차 구매자가 차량의 연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선주도 선박의 연비를 중시한다. 선박 운영비용에서 연료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인도한 PRS 장착 LNG운반선의 경우 연간 1600t의 기화가스를 연료로 활용해 연간 100만달러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체들이 LNG운반선 관련 특허, 그 중에서도 특히 PRS 특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 "대법원 기각 특허는 장사 끝난 기술…지금은 업그레이드 버전"

현재까지 PRS 기술을 적용한 LNG운반선을 건조했거나 수주한 조선업체는 국내 대형 3사 뿐이다. 국내에서의 특허 분쟁은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면서 일견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이번에 대법원에서 패소한 2건의 특허는 극히 초기에 개발된 기술의 일부에 불과하고, 이번 판결 외에도 35건의 PRS 국내 등록특허와 7건의 해외 등록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특허 분쟁 2라운드를 예고했다.

특히 기존 PRS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차세대 부분재액화시스템 ‘PRS+’와 완전재액화시스템 FRS 등 다양한 천연가스 재액화 기술을 다수 구비해 LNG운반선과 관련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도 기존 PRS보다 진보된 개념인 기화가스를 100% 재액화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도 조선업체들간 기술 및 특허 관련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최근 대법원에서 기각된 2건의 특허는 이미 2014년에 수주한 선박들에 적용돼 사실상 장사가 끝난 기술”이라며 “그 후로 다른 기술들이 나왔고, 지금도 새로운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기술 우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