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장기화 조짐, 삼성 ‘꽃놀이패’ 쥐나
WD와 극한대립으로 도시바메모리 매각작업 차질
참여업체 기다림 속 평택 가동에 시안 투자 나서는 삼성
WD와 극한대립으로 도시바메모리 매각작업 차질
참여업체 기다림 속 평택 가동에 시안 투자 나서는 삼성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온 일본 도시바와 미국 도시바 반도체사업 매각을 놓고 극한 대립을 보이면서 매각 추진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도시바 인수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전 세계 낸드플래시 1위 업체인 삼성전자에게 최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관련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도시바메모리)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인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WD)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매각이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에게 가장 큰 수혜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달 19일 마감한 도시바메모리 2차 입찰에는 SK하이닉스-미국 베인캐피탈 연합을 비롯, 미국 투자펀드 KKR, 미국 브로드컴,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4곳이 응찰했다. WD는 개별응찰했다.
도시바와 공통투자 등으로 오랜기간 파트너십을 맺어온 WD는 도시바의 일방적인 도시바메모리 매각에 반대해 오고 있다. 매각 관련 우선협상권을 주장해 오다 도시바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국제중재재판소(ICA)에 매각 중지 요청을 신청하는 등 제동 걸기에 나선 상태다.
이에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의 주요 핵심 자산을 도시바 본사로 재이전하는 등 양측의 극한 대립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양측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상호 반도체 사업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물밑에서 타협 움직임도 이뤄지고 있다.
WD는 낙찰 가능성이 보이면 국제중재재판소에 신청한 매각중지 신청 취소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도시바도 WD가 과반 이상의 출자 비율 고집 등의 조건을 철회할 경우,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이 타협을 모색하고 있지만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둘러싸고 이견이 너무 커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조만간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양측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도시바 인수전은 장기화 모드로 진입할 수밖에 없게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바가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WD가 국제중재재판소(ICA)에 신청한 매각 중지 요청이 취소되지 않으면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것”이라며 “6월 중 인수업체 결정, 내년 3월 전 매각 작업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도시바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의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경우, 가장 큰 수혜는 이번 인수전과 가장 관계가 없는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예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생산력으로 압도적인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4차산업 혁명 도래로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빅데이터 등이 부상하면서 낸드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있다.
2일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가 분석한 세계 1분기 낸드 플래시 시장점유율 집계(매출 기준) 결과와 증권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5.5%로 압도적 1위를 지켰으며, 이어 웨스턴디지털(미국·17.9%)·도시바(일본·16.5%)·마이크론(미국·11.9%)·SK하이닉스(11%)·인텔(미국·7.3%) 등이 뒤를 따랐다.
삼성전자는 이 달 중 경기도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3D(3차원·회로를 빌딩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메모리 집적도를 높인 고수익 제품)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간다. 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도시바 인수전 장기화와 맞물려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와 증권가의 분석이다.
도시바 인수에 뛰어든 업체들의 경우, 인수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자체 투자 등 다른 방안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매각 작업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타 업체들이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독주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촌각을 다투며 시간과 타이밍이 생명인 반도체 시장에서 선제적 투자로 인한 시장 선점은 향후 큰 격차가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투자력도 갖춘 상황이어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2위권 업체들과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며 “도시바 인수전이 장기화되면 이는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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