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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usic] 15년차 거미의 꿈 "한 획을 긋고 싶다"


입력 2017.06.06 08:54 수정 2017.06.06 09:23        이한철 기자

겸손·책임감·실험정신 담긴 정규 5집

날것의 감정 되찾기까지 눈물겨운 노력

거미가 9년 만에 발표한 5집 앨범으로 컴백했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번 앨범을 통해 '여가수가 이런 저런 장르를 해나갈 수도 있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가요계에) 한 획을 긋고 싶어요."

가수 거미(36·본명 박지연)가 여성 가수이자, 15년차 베테랑 가수로서의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거미는 5일 서울 도봉구 창동 플랫폼 창동 61에서 진행된 정규 5집 'STROKE(스트로크)' 발매 기념 음감회에서 "여자 가수로서 많은 책임을 느낀다"며 "사실 안정적으로 발라드만 쭉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렇게 해나가야 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일 오후 6시 베일을 벗은 5집에는 총괄 프로듀서 길의 색이 묻어 있는 힙합을 비롯해 소울, R&B, 포크,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내가 발라드만 하는 줄 알더라"는 거미의 말처럼 파격적인 시도로 읽힌다. 하지만 이는 오랜 시간 정규앨범 발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생겨는 오해다.

그렇다고 단순히 뭔가 보여주겠다며 의욕만을 앞세운 건 아니다. 가요계에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슈퍼스타K'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작년에 '슈퍼스타 K' 심사를 하는데 소울풀한 곡이 많이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발라드에 안주하지 말고 시도하기 위해 이번 앨범을 만들었어요."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길의 역할 덕분인지 이번 앨범에는 힙합과 소울 느낌이 두드러진다. 특히 타이틀 곡 'I I YO(아이아이요)'는 팝 발라드 곡임에도 불구하고 힙합적인 느낌이 담겨 묘한 매력을 전해준다. 프로듀서 길과 거미의 음악적 융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원래 리쌍을 워낙 좋아해 친했어요. 그런데 음악 얘기를 하다 보니 더 잘 통하더군요. 그래서 '이런 음악을 생각하고 있는데'라며 넌지시 부탁했죠."

거미는 5집 앨범 작업에 대해 "음악에 대한 위대함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길과의 합은 예상대로 잘 맞았다. 하지만 길은 거미가 고통스러워하며 우는 바람에 그야말로 혼쭐이 났다.

거미는 "노래를 오래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생각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더라. 정형화된 생각"이라며 "이번엔 아마추어 때, 노래를 시작할 때 즈음의 날것의 표현과 감정이 필요했는데 잘 안 됐다. 그래서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거미는 이번 앨범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한다"며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요계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정규음반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뒀다. 4집 앨범 이후 무려 9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은, 그만큼 가요계 풍토가 달라졌다는 뜻도 된다.

"사실 1~3집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수록곡들 모두에 관심을 갖는 풍토가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음악 그런 게 많이 없어졌죠. 정규앨범을 만드는데 정말 많은 노력이 기울여야 하는데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데 대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거미는 "15년째 활동하고 있는데 그래도 거미라는 가수의 색깔이 담겨 있는 정규앨범을 내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책임감이자 의무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서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그만큼 얻은 것도 많다. 거미는 이번 앨범 작업을 통해 얻은 자신감만큼 '음악의 위대함'도 다시 느끼게 됐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베테랑'이란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음악은 정말 끝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더 많이 노력하고 경험하고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런 걸 느끼게 돼 정말 감사해요."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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