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울리는 슈틸리케 감독의 ‘충격 축구’
FIFA랭킹 120위 이라크 상대로 유효슈팅 0
기성용 수비수 배치 등 충격 전술에 팬들 절레절레
FIFA랭킹 120위 이라크를 상대로 유효슈팅 하나 없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8일 오전 2시(한국시각)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라스알카이마의 에미레이츠클럽 스타디움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오는 14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8차전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 걱정만 더 커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기성용을 중앙 수비수로 배치하면서 유연한 빌드업과 수비 안정을 동시에 꾀한다는 계산이다. 완벽하게 실패했다. 이라크가 완전히 내려앉아 수비에만 집중, 우리 스스로가 공격의 답답함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해외파 손흥민과 지동원, 이청용이 공격을 이끌었지만 전반전 슈팅은 하나였다. 그것도 손흥민의 개인기가 만들어냈고, 유효 슈팅도 아니었다. 지난 1월 이후 단 33분 출전에 그친 이청용은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날카로운 움직임과 드리블은 볼 수 없었고, 자신에게 향하는 평범한 패스도 놓쳤다.
스리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좌우 윙백의 존재감도 전혀 없었다. 김창수와 박주호는 공격에 꾸준히 가담했지만, 돌파와 크로스는 없었고 백패스만을 보여줬다. 한국영과 남태희가 구성한 중원도 전진 패스가 아닌 백패스만을 남발했다. 국가대표팀에서 전진 패스가 가능한 선수는 중앙 수비수 기성용뿐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전술 변화를 감행했다. 이근호와 황희찬, 이명주를 투입했고, 기성용을 중원으로 끌어올렸다. 기성용이 높은 위치로 올라오자 공격이 살아났다. 황희찬이 스피드를 활용한 침투와 슈팅을 보여줬고, 이명주도 공격 본능을 드러냈다. 다만 정확도가 아쉬웠다.
오히려 이라크의 공격이 날카로웠다. 후반 12분 기습적인 중거리 프리킥으로 슈틸리케호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2분 뒤에는 이라크의 순간적인 침투 패스에 포백 수비가 무너졌다. 김승규 골키퍼의 선방과 상대 공격수의 실수 덕에 실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카타르전에서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될 장면이었다.
이후 오랜 시간 볼을 소유하며, 공격을 시도했다. 기성용이 살짝 내준 볼을 이명주가 슈팅으로 연결했고, 교체 투입된 이재성이 드리블에 이어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골문 안쪽으로 향하는 슈팅은 없었다. 후반 31분 기성용 대신 투입된 황일수가 빠른 발을 활용한 돌파와 크로스를 올려줬지만, 유효 슈팅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슈틸리케호는 ‘유효 슈팅 0개’라는 굴욕과 함께 이라크전을 마무리했다.
공격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에서 유효 슈팅 0개를 기록했던 악몽이 재연됐다.
슈틸리케 감독이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스트라이커의 개념을 다시 확립할 필요가 있다. 스트라이커는 득점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슈틸리케호는 전방 압박에 능한 수비수가 최전방에 나서는 느낌이다.
경기 감각은 정말 중요하다. 굳이 이전의 사례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이날 경기에서 또다시 증명됐다. 이청용은 한 시즌 8경기만을 선발로 나섰고, 466분만 뛰었다. 박주호는 한 시즌에 65분 뛰었다.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기본적인 패스와 볼 트래핑조차 불안하다 보니 전체적인 경기력까지 떨어졌다.
기성용과 황희찬을 제외하면, 전진 패스와 드리블이 가능한 선수가 없다. 기성용이 전진 패스를 넣어주면, 다시 그에게 볼이 향한다. 결국에는 긴 패스를 활용하고, 공격은 무산된다. 측면 공격수와 풀백 모두 드리블 능력이 없다 보니 백패스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공간 침투를 해도 기성용을 제외하면, 전진 패스가 없다 보니 결국에는 긴 패스를 받아내야 한다.
득점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필요하고, 소속팀 경기에 꾸준히 나섰던 선수가 선발로 나서야 한다. 백패스가 아닌 전진 패스가 가능한 미드필드가 있어야 공격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내내 똑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아야 한다. 더 이상의 충격 축구는 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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