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국가 '카타르 단교'에 건설업계 촉각…"프로젝트 멈출라"
국내 17개 건설사 26건 공사 수행 중
장기화 땐 자재조달 차질과 발주물량 축소 불가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일제히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면서 국내 해외건설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해당국에서 진행 중인 공사 프로젝트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전쟁이 아닌 외교적 분쟁이라는 점에서 당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자칫 사태가 장기 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전문인력과 자재 등의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걱정이다.
8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중동권 7개국(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등)은 지난 5일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가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와 연계했다는 이유에서다.
단교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카타르의 교통·물류 등을 끊으며 카타르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이집트, 바레인 등도 카타르 항공이나 선박의 영공·영해 통과를 금지했다.
이에 국내 해외건설업계도 앞으로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카타르가 중동 지역에서 막대한 건설물량을 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등 국내 17개사가 카타르에서 110억달러 규모(총 26건)의 공사계약을 맺고 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타르 현지에서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현대건설 국립박물관 공사,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공사 ▲삼성물산 FAC D IWPP ▲대우건설 이링 도로 프로젝트, 카타르고속도로 ▲SK건설 도하 메트로 레드라인 등이다.
이 가운데 공정률 90% 이상으로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사업장을 제외하면 8개 정도 사업장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이들 건설사는 당장 큰 지장은 없겠지만,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장기화로 이어지면 건설공사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현지 사업부와 어떤 영향이 있을지 검토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한 대처를 논의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초기인 현장의 경우 육상을 통한 자재수급에 어려움은 있지만, 해상으로 수급이 가능해 공사 지연이나 중단 등 큰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며 “이번 단교 사태는 전쟁이 아닌 외교적 갈등으로 주변국에서 중재의 노력을 가하고 있어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규모 장비가 들어가는 플랜트 사업을 진행 중인 건설사는 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카타르 현장에 필요한 장비를 실은 선박이 두바이항에 머물고 있다”며 “2∼3주가량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건설 자재를 확보한 상태지만,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할 수 없이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발주물량 축소 문제까지도 불거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5년간 국내 건설사가 카타르에서 수주한 금액은 총 77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217억5000만 달러), 쿠웨이트(181억8000만 달러) 이라크(143억8000만 달러)에 이어 중동 지역 단일 국가 수주액 중 4번째로 큰 규모다.
한편 국토부는 카타르 지역 공사현장에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을 해외건설협회를 통해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단교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업체들의 경제활동에도 피해가 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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