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철강, 미국 통상압박 극복 모색 적극 나서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 속 조사 대응과 소송 제기
경제사절단 참여로 네트워크 확대 등 협력 관계 강화 모색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 속 조사 대응과 소송 제기
경제사절단 참여로 네트워크 확대 등 협력 관계 강화 모색
국내 가전·철강업계가 미국 정부의 통상압박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가운데 조사 협조와 소송 제기에 나서는 한편 미국 정부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가 국내 가전과 철강 제품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에 나서면서 관련 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올 초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통상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이 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가전-철강, 높아지는 미국 정부 제재에 적극 대응 나서
가전에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국내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ITC는 지난달 31일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제출한 세이프가드 청원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지난 5일부로 조사에 돌입했다.
아직 조사 초기 단계로 세이프가드가 발동된 것은 아니지만 가전 업체들은 긴장감 속에 ITC의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현지 법인들을 통해 ITC의 조사에 협조하는 한편 소비자 선택권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수대응을 하고 있다.
ITC의 자료 요청에는 최대한 협조하면서도 경쟁사 월풀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품 품질 및 경쟁력, 소비자 선택권 등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들로 논리를 내세워 보다 적극적으로 소명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 가전산업의 부진이 가격 덤핑 등 불공정무역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제품 경쟁력의 차이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의 국내 업체들의 성과는 그동안 연구개발(R&D)로 인한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은 데 따른 결과”라며 “국내 업체들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미국 가전업체들의 주장은 아전인수”라고 강조했다.
철강 분야에서도 지난해 한국산 열연강판, 후판, 냉연강판 등에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매긴데 이어 최근에는 선재까지 반덤핑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이미 지난 4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한다는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지난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긴급 수입제한을 허용하는 강력한 법이다. 경우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 긴급 수입제한이 발동될 수 있다. 미 상무부는 수입 철강제품이 실제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를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의 통상압박에 철강업계는 소송 제기로 반격에 나선 상태다. 포스코는 지난해 미국의 열연과 냉연강판에 부과된 58~59%의 관세율에 불복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에도 후판에 부과된 관세율 11%가 부당하다며 새로운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제철과 넥스틸도 유정용 강관(OCTG)에 대한 반덤핑 최종 판정에서 예비판정보다 2~3배 오른 관세를 부과받자 즉각 소송에 들어갔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업체들은 미국에 27억달러 규모의 철강제품을 수출했다. 52억달러를 기록했던 2014년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으로 수입 규제가 날로 강화되면서 올해 수출액은 이보다 더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무역제재 강화에 따른 방안으로 현지 투자 활성화가 떠올랐지만 최근 각 사 미국 내 투자법인 실적이 오히려 악화돼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미 경제사절단 참여...관계 개선 위한 네트워크 확대 공들여
양 업계는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에 적극 대응하면서도 미국 정부와의 협력 관계 강화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달 말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방미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네트워크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방미 기간에 미국 가전공장 부지 선정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캐롤라이나·앨라배마·조지아 등 3개 주를 후보군으로 놓고 막판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방미 직전에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권오현 부회장·윤종균 사장·윤부근 사장 등 3명의 대표이사 중 가전을 맡고 있는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LG전자는 최근 그룹 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구본준 LG 부회장이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것으로 일찌감치 확정한 상태다.
철강업계 대표 주자인 포스코도 이미 권오준 회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확정한 상태로 미국과의 통상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최근 “이번 미국 방문은 통상 문제가 걸려있어 중요한 일정이 될 것”이라며 “한미관계 향상을 위해 철강업계가 뭘 할 수 있는지 고민 중으로 특히 통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