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지불능력 넘어섰다
266만4000명 최저임금도 못 받아…고율 인상으로 지불능력 한계
최저임금 미만율 2001년 4.3%에서 지난해 13.6%로 3.2배 증가
266만4000명 최저임금도 못 받아…고율 인상으로 지불능력 한계
최저임금 미만율 2001년 4.3%에서 지난해 13.6%로 3.2배 증가
정부와 노동계의 ‘최저임금 1만원’ 압박이 심해지며 중소·영세기업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 수준만 해도 상당수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을 넘어섰는데 단번에 큰 폭의 인상을 단행했다가는 기업들에게는 경영악화, 근로자들에게는 일자리 축소라는 공멸의 결과만 가져다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사용자 측은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최초 요구안을 올해 대비 2.4% 인상된 6625원으로 제시했다.
사용자 측은 2007년 이후 매년 최초 요구안에서는 동결 혹은 축소를 주장했었다. 노동계와의 줄다리기 끝에 결론은 항상 일정 수준의 인상으로 결론이 났지만 협상 테이블에는 기업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요구안을 올려놨었다.
하지만 올해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성향을 감안해 시작부터 인상안을 내놓은 것이다.
재계에서는 매년 최초 요구안보다 대폭 양보한 결론이 내려졌던 사례를 감안하면 올해는 10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마지막 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12.3%)으로 지금 상황에서 당시와 같은 인상률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의 경계선에 서있는 직원 300인 미만 중소·영세기업들은 현행 최저임금수준도 따라가기 벅찬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인상은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 즉 최저임금 미만율은 2001년 4.3%(57만7000명)에서 2016년 13.6%(266만4000명)로 3.2배나 증가했다. 2015년(11.5%)과 비교해도 2.1%포인트나 늘었다.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98.7%는 300인 미만 기업, 87.3%는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했다. 이는 최저임금이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 등 노동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게 인상됐음을 의미한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저임금은 연평균 8.6%의 고율 인상을 지속했다.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영세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채용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한계기업과 도산기업이 증가하고 구조조정 대상기업도 늘어나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한계기업 수는 2010년 2400개사에서 2015년 3278개사로 36.6%나 증가했다. 지난해 법인파산건수는 739건으로 2010년 대비 192.1%나 늘었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대기업이 34개, 중소기업이 177개사에 달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9.8%에 달하고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나온 중장년층이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하기 어려워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 지난 수 년간 이어져온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치 않다는 게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266만명을 넘어서는데 그 기준을 계속해서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부와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상징적 숫자에 집착할 게 아니라 소규모 기업들의 지불능력을 감안해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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