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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보이콧 기류에 설계사들 전전긍긍


입력 2017.07.13 06:00 수정 2017.07.13 06:14        부광우 기자

쌓이는 손실에 정부 보험료 인하 압박까지…판매 중단설 계속

상당수 외국계 회사들 이미 '안 팔아'…국내 보험사로 확산되나

실적 도움 안 되도 영업엔 '필수품'…현장서 우려 목소리 가득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업계의 실손의료보험 보이콧 기류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안 그래도 팔면 팔수록 회사에 손해인 실손보험을 두고 새 정부가 보험료 인하 압박까지 가하기 시작하자, 보험사들이 아예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다.ⓒ게티이미지뱅크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업계의 실손의료보험 보이콧 기류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안 그래도 팔면 팔수록 회사에 손해인 실손보험을 두고 새 정부가 보험료 인하 압박까지 가하기 시작하자, 보험사들이 아예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다.

실손보험이 별다른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주요 상품인 까닭에 설계사들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실손보험 판매 중단이 확산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기류가 흐르는 가장 큰 이유는 실손보험이 보험사 실적을 갉아먹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생명·손해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평균 120.7%를 나타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즉,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보다 내준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실손보험료 인하 추진에 나서면서 보험사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달 이런 내용의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연계법'을 마련해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당장 내년부터 없어질 예정이었던 실손보험료 조정폭 규제는 2015년 이전 수준인 ±25%로 강화된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보험료를 내리려다 실손보험 판매 자체가 중단되는 사태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의 눈치를 덜 보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을 하나 둘 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흐름이 이제는 국내 보험사들에게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가장 최근 사례는 AIG손해보험이다. 손실이 계속되자 AIG손보는 지난 4월에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악사손해보험과 에이스손해보험, PCA생명, 라이나생명, ING생명, AIA생명,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 등도 몇 년 사이 실손보험 판매를 차례로 중단한 상태다.

이를 바라보는 설계사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현장에서 실손보험은 고객들이 보험사나 설계사들을 찾게 하는 대표적 상품이다. 이 때문에 설계사들 입장에서는 실손보험이 회사는 물론 자신의 수당에도 별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버릴 수 없는 카드다.

보험설계사 입장에서는 실손보험이 없어지면 찾아오는 고객이 줄어 영업 환경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포화 상태인 국내 보험시장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설계사들에게 실손보험 판매 중단은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속 보험사의 상품만 팔 수 있는 전속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보험사가 혹시 실손보험 판매를 접을 경우 이직을 고려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마저 나온다.

한 손보사의 전속설계사는 "보험사나 설계사에게 고객이 먼저 상품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는 사실상 대부분 실손보험이나 자동차보험 가입 때문으로, 실손보험 판매가 중단되면 잠재적인 소비자군 자체가 크게 줄게 되는 셈"이라며 "전속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소속 보험사가 혹여 실손보험 중단에 나설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보험설계사는 "수익으로 보면 계륵 같은 존재지만, 영업 현장에서 실손보험은 핵심 상품"이라며 "실손보험이 사라지면 설계사들은 고객들의 눈길을 끌 가장 큰 수단 하나를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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