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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제보다 더 강력한 규제” 보편적 요금제, 업계 우려↑


입력 2017.07.21 17:58 수정 2017.07.26 10:06        이호연 기자

이통3사 “정부 요금설정 권한 강화...수익 급감”

학계·시민단체, 근본적인 해결 방안 주문

미래창조과학부는 2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이통3사 “정부 요금설정 권한 강화...수익 급감”
학계·시민단체, 근본적인 해결 방안 주문


정부가 ‘보편 요금제(가칭)’ 의무화를 내세웠지만, 이동통신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인위적인 요금제 설정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이동통신3사와 알뜰폰은 구체적인 요금제 범위까지 정부가 결정하는 것은 시장 경쟁을 억제하고 더욱 강력한 규제라고 입을 모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1일 서울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날 정부, 이통업계, 학계,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12명의 패널이 참석해 보편요금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통3사·알뜰폰 “규제정책 후퇴...ARPU↓”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일제히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상헌 SKT 실장은 “요금은 한 요인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며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전체 요금제가 모두 바뀌어, 정부가 공사에 위탁해서 관리하는 요금제로 퇴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실장은 “전기나 가스는 공사에서 요금제를 관리하지만, 통신은 민간서비스인데 더욱 강력한 요금 설정은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충성 KT 상무는 “정부는 수요 측면만 고려하고 있다”며 “보편 요금제가 만약 도입이 되면, 이통사는 수익이 급감해 결국 급증하는 트래픽을 투자하지 못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충성 상무는 “정부가 데이터 제공량의 45~75%까지 굉장히 큰 범위에 대한 요금제를 설정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통사는 소매업에서는 보편요금제, 도매업에서는 알뜰폰에 망을 빌려주며 손해만 보는 셈”이라며 “정부가 규제를 통해서 특정 요금제 출시를 강제하고 타 요금제까지 영향을 미친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태 LG유플러스 상무도 “정부는 인위적 요금인하보다 시장이 건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며 “보편요금제가 출시하면 1위와 2위 사업자는 버틸 여력이 있지만, 3위 사업자는 경쟁력을 상실할 정도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알뜰폰 업계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알뜰폰은 애초에 패널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한 알뜰폰 관계자는 “보편요금제가 나오면 전체적으로 ARPU가 1만원원 이상 급감한다”라며 “3위 사업자는 경쟁력을 손실한다고 했지만, 40여개 알뜰폰 업체는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반문했다. 알뜰폰을 통해 경쟁 활성화를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강제로 법을 만들어서 시장 요금을 낮추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 학계·시민단체 찬성...미래부 “특단의 대책”
학계와 시민단체는 보편요금제 도입에는 근본적으로 찬성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는 “부당한 요금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찬성한다”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진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알뜰폰이나 다른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는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한석헌 서울 YMCA팀장은 “보편요금제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통신요금 인하 정책은 단기적 처방만이 아닌 다양한 종합적 대책이 같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보편요금제 산출 방식을 보면 정부가 요금제 대한 권한을 더 강화하는 차원”이라며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미래부는 정책 취지의 배경을 강조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여재현 실장은 “경쟁을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면서도 “소득에 따라 요금 차별이 분명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해서 특단의 대책 등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 실장은 “경쟁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하는 부분으로 충분히 감안해서 만들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창림 미래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알뜰폰 활성화 정책으로는 오는 9월말 전파 사용료 감면과 도매대가 인하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특례를 둬서 더 저렴한 도매대가 하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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