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가격 공시' 시행…먹거리 불신 속 치킨업계 삼중고
1일부터 유통 단계별 닭고기 가격 공표
가격 인상 요인은 임대료와 인건비…“가격 공시제로 폭리 취한다는 오해 나올까 걱정”
닭고기 유통 가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닭고기 가격 공시제가 시행됐다. 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하는 등 가격 거품 논란이 일자 정부가 시장 관리에 직접 나선 것이다.
그동안 살충제 파동과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의 갑질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치킨업계로서는 악재가 하나 더 늘었다. 정당한 가격 인상 요인이 있어도 주재료인 닭고기 가격이 공개됨으로써 소비자들의 눈치를 더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부터 닭고기 가격 공시제를 시작했다. 유통 단계별 닭고기 가격이 공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정보는 농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공개되는 정보는 하림, 올품, 마니커 등 육계 가공업체들이 육계 농가로부터 닭을 사들이는 평균 가격과 이를 가공해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에 납품하는 평균 가격 등이다.
이중 프랜차이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연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라고 신고한 11곳의 납품 가격이 공개된다. 이들 11곳은 국내 치킨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로서는 가격 인상에 가장 큰 걸림돌이 생긴 셈이다. 닭고기 공급 가격이 공개되면 가격 인상 시 소비자 반발이 더욱 심해질 수 있어서다.
업계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항변한다. 닭고기 가격 공개로 치킨업체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상승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데 인건비 등 전체적인 원가보다는 닭고기 가격에만 치중해 가격 인상에 반대할까봐 걱정하는 모양새다.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치킨 한 마리 중 닭고기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가게 임대료나 인건비 비중이 훨씬 큰데 닭고기 공급 가격만 보고 치킨 가격 인상에 반대할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의 경우 치킨 한 마리 가격 중 닭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살충제 계란에 이어 닭고기까지 소비자 불안이 확대되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23일 경북 한 산란계 농장에서 달걀에 이어 닭에서도 맹독성 살충제인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 성분이 검출됐다.
정부는 산란계와 달리 육계는 안전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닭고기 기피현상은 여전한 상황이다. DDT의 반감기가 20년이 넘는 점은 감안하면 이 성분이 남아 있던 토양을 닭이 먹고 체내로 흡수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회장의 갑질 논란으로 인해 치킨업계에 대한 소비자 여론이 악화된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조류독감 여파에 최근 살충제 파동까지 겹치면서 전체 닭고기 소비가 감소한 가운데 가격 인상까지 제동이 걸리면서 치킨업계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치킨 가격 인상 소식이 있을 때마다 소비자들은 치킨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었다.
이러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정보를 공개하고 인상 요인이 있을 때는 정당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공시제도가 아직 의무화된 것은 아니어서 당장 급하지는 않다”면서도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이번 기회가 치킨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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