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자동차 업계, 연휴 끝나니 난제 산더미


입력 2017.10.10 11:12 수정 2017.10.10 11:14        박영국 기자

현대·기아차·한국지엠 임단협 진통…노조 파업 돌입 우려

한미 FTA 재협상…자동차 관세면제 폐지시 현대·기아차·르노삼성 타격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4월 20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장기 연휴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자동차 업계가 곧바로 힘겨운 과제들과 맞닥뜨리게 됐다. 연휴 기간 동안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는 급진 성향의 새 집행부가 들어섰고, 미국 시장 경쟁력에 악재로 작용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소식까지 들려왔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 등 금속노조가 교섭권을 가진 완성차 3사는 지난달 말까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추석 장기 연휴를 보냈다. 3사 모두 노조측 요구안과 회사측 제시안 간 격차가 커 앞으로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9일 치러진 새 노조위원장(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하부영 후보를 선출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출신의 하 지부장은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 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힌다. 전 집행부 체제 하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에서 강성 집행부가 들어섬으로써 노사 관계는 더욱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 지부장은 이미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측과 연내타결에 연연한 졸속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그의 후보시절 공약에는 기본급 위주 임금 인상, 근속 수당 및 각종 수당 현실화, 국민연금과 연동한 정년 연장, 평생조합원 제도, 근속 30년 이상 조합원 유급 안식휴가 부여, 명절 및 하계휴가비 인상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하 지부장은 현대차 노조가 회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 기아차 노조의 통상임금 승소 결과에 따른 소급 지급분을 동일하게 받아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1인당 15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기아차도 오는 13일 노조 신임 지부장 투표 이후 새 집행부가 꾸려지면 노사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장 회사측이 지난달 25일 통상임금 패소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잔업 전면 중단과 특근 축소를 선언한 것에 대한 공방이 예상된다.

잔업 중단과 특근 축소가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 축소로 이어짐에도 불구, 노조는 그동안 전임 집행부 임기 만료와 새 집행부 선거 일정 때문에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으나,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 문제 제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임단협 교섭의 경우 그동안 기아차 노조는 현대차 노사 교섭 진행 상황을 보고 동일 조건에 합의해왔던 전례가 있지만, 올해는 통상임금 이슈와 잔업중단·특근축소 문제가 걸려 있어 더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새 집행부 출범과 함께 그동안 소강 상태였던 파업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노조는 전임 집행부가 임단협 교섭 중단을 선언한 지난 8월 말까지 5번의 부분파업과 3번의 휴일특근 거부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현대차는 회사측 총 3만8000대(약 8000억원)의 생산 차질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13일 임금협상 결렬 이후 교섭 재개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현대·기아차와 동일한 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과 통상임금의 50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측은 지속적인 적자를 이유로 큰 폭의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달 1일 취임 이후 계속해서 ‘비용 절감’과 ‘수익성 향상’을 강조하며 각종 지출 축소에 나서고 있어 노조와의 대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노조는 카젬 사장이 그동안 GM의 호주, 태국, 우즈베키스탄, 인도 법인을 거치며 사업장 축소와 폐쇄, 철수 등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인물이라며 한국지엠 취임 이후에도 비용절감을 우선시하는 카젬 사장의 행보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협상 결렬 다음날인 지난달 14일부터 22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연휴를 앞둔 일주일간 정상 근무를 했지만 연휴가 끝난 만큼 조만간 새로운 투쟁 일정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경기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추석 연휴 기간 들려온 한미 FTA 재협상 소식도 자동차 업계에는 악재다. 미국이 주로 개정을 요구한 부분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입과 관련된 것이지만, 협상 과정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관세까지 개정이 이뤄질 경우 자동차 업계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되는 물량의 절반가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기아차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면제를 폐지할 경우 가뜩이나 부진한 미국에서의 실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현대차의 올해 1~8월 미국 현지판매는 45만4733대로 전년 동기대비 12.7%나 감소했고, 같은 기간 기아차도 8.4% 감소한 40만546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위탁생산 물량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미국향 수출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타격이 크다. 르노삼성은 올해 1~9월 닛산의 미국 판매용 로그 8만9326대를 생산해 수출했으며, 이는 르노삼성 전체 수출의 70%에 육박한다.

또한 르노 콜레오스(국내명 QM6)와 탈리스만(SM6)의 미국 판매물량도 르노삼성이 생산, 수출하고 있지만, 미국향 무관세 혜택이 사라진다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맡기는 물량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 FTA 재협상은 업계에서 통제할 수 없는 이슈인지라 지켜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정부 협상단이 역량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