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당구장 금연구역 지정…불붙은 흡연권 vs 혐연권 논란
“금연구역 확대해야” “흡연부스 설치 먼저” 첨예 대립
정부 “실외 흡연구역, 흡연 조장·시민불편…설치 어려워”
"금연구역 확대" vs "흡연부스 설치 먼저"…양측 갈등 확대
"실외 흡연구역, 흡연 조장·시민 불편 야기…설치 어려워"
공공장소 금연구역이 확대되는 가운데, 당구장·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이 금연구역으로 추가 지정되며 흡연권과 혐연권(嫌煙權) 논란이 맞서고 있다. 공공장소 내 흡연할 권리를 요구하는 흡연자와 공공장소만큼은 담배 연기를 거부하겠다는 비흡연자간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는 형국이다.
정부는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내년 3월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음식점과 PC방이 일찌감치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이 흡연 단속 대상에 추가된 것이다.
정부는 계도기간 이후 흡연행위 적발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당구장 등 해당 업종의 업주는 금연구역 안내 표지판 또는 스티커를 건물 출입구·계단·화장실 등 주요 위치에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며, 위반 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당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필 경우에는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또 내년 2월부터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아파트 실내에서 흡연할 수 없게 된다. 자기 집이라 하더라도 아파트 베란다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워 층간 간접흡연 피해가 발생할 경우 관리사무소나 경비원이 직접 점검에 나설 수 있다.
흡연자 사이에서는 담뱃값 인상만큼이나 큰 이슈로 떠올랐다. 그동안 흡연자들의 해방구로 여겨졌던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마저도 금연구역으로 확대되며 흡연자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주장이다. 금연구역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흡연구역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서 흡연자들의 권리가 무시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 국민건강증진법과 조례 등에 따라 서울의 공공기관 중 실내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지난 9월 기준 25만여 개에 달한다. 반면 실외 흡연시설은 지난해 기준 43개소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흡연자들은 담뱃값 인상 및 금연구역 확대에 따른 흡연부스 설치 등 보상적 차원의 대안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명동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37) 씨는 "금연구역이 확대되는만큼 흡연부스는 몇 개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흡연자들은 실내에서도 실외에서도 담배 필 곳이 없다. 금연구역 지정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그만큼 흡연구역도 지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반면, 비흡연자 사이에서는 길거리 전체를 흡연구역으로 보고, 공공장소에서라도 금연구역을 하나씩 늘려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야외 건물이나 실내 흡연실에서 흡연이 가능하고, 길거리 흡연도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별도 설치된 흡연구역 갯수를 문제삼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반박이다.
주부 김모(32) 씨는 여전히 생활 속에서 담배냄새를 접하고 있다. 김 씨는 아이 등원길, 시장을 가는 산책길 등 거리 곳곳 담배연기에 노출돼있다는 지적이다. 김 씨는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데 앞서가는 흡연자의 담배냄새에 인상을 찌푸린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라며 "오후에 장보러 가는 길에도 건물 곳곳 길거리 곳곳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이 허다하다"고 전했다.
특히 대부분의 공공장소에 흡연구역이 별도 마련돼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김 씨는 "요즘은 카페나 PC방 어딜 가나 흡연구역이 설치 안 된 경우를 못봤다"며 "(금연구역 지정으로) 전체적으로 쾌적한 환경이 조성돼 만족스럽고, 흡연자들은 눈치 안 보고 흡연할 수 있으니 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이 같은 논란 속 금연구역 확대에 무게를 싣고 있다. 흡연부스 확대 요구도 많지만, 흡연 조장 및 다수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실내에서는 업주가 흡연구역을 정할 수 있지만, 야외 흡연 부스는 자칫 흡연을 조장할 수 있어 권하기 어렵다"며 "뿐만 아니라 (흡연부스에) 다수의 흡연자가 몰리면 담배 냄새가 심해지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주변에 흡연부스가 설치되는 걸 꺼리고 있어 선뜻 설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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