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채용비리 고강도 검사에 은행권 '긴장'
금감원, 현장검사서 전·현직 경영진 자녀 채용 정황 발견
의심 사례 검찰에 수사 의뢰 방침…은행들, 전전긍긍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대한 고강도 채용비리 검사를 진행하자 시중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11개 은행에 검사역 30여명을 투입해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대상은 신한, KB국민, KEB하나, NH농협, 수협, 부산, 경남, 대구, 광주, 전북, 제주은행이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사실상 압수수색에 준하는 방식으로 관련 자료를 입수, 분석했다. 채용담당 임원, 부서장, 실무자로부터 동의서를 받고 이들의 컴퓨터, 이메일 등을 확보했다.
통상적인 검사 방식으로는 채용비리를 캐기 어렵기 때문에 압수수색과 같은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달 말까지 채용시스템을 자체 점검한 결과 채용비리 정황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다만 일부 은행에서는 블라인드 면접을 하지 않거나 면접 평가표 등을 연필로 적거나, 면접위원이 아닌 사람이 면접 평가에 참여하는 등 채용의 공정성을 저해할 소지가 발견됐다고 알렸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전·현직 경영진의 자녀가 채용된 정황을 여러 건 발견했으며, 이들 중 의심되는 사례를 추려 검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이에 은행권은 부정청탁이나 채용비리 사례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채용비리가 드러날 경우 은행장을 비롯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현직 경영진 자녀들의 특혜채용과 관련된 제보들이 금감원에 많이 들어갔다 등의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은행권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채용절차 모범안을 만들 전망이다.
모범안은 지난해 11월 금감원이 발표한 채용 프로세스의 공정성 확보 및 임직원 비위행위 근절방안과 우리은행이 마련한 신입행원 채용 절차 쇄신안을 참조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모든 채용 단계에서 지원자의 성명,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 전체를 비공개하는 블라인드 전형을 도입하기로 했다. 서류전형은 폐지하는 대신 1차 필기시험을 도입하고 외부청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최종 면접위원의 50%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기로 했다. 채용 비리자에 대한 무관용의 징계도 담았다.
우리은행은 비위 행위자에 대한 무관용 징계원칙(원스트라이크 아웃)을 확립해 직원이 갖춰야 할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입 행원 채용 프로세스는 필기시험을 신설하고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을 포함한 채용의 전 과정을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기로 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