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朴파면’ 속수무책 1년…“친박 떼고 보수재건 앞으로”
지난 2월 허둥지둥 당명 개정, 예고된 대선참패
“친박 나가라” 내홍 수개월 뒤 洪체제 안정단계
2017년, 자유한국당은 창당 이래 최대 혹한기를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헌재의 파면 선고는 곧 한국당 소속 의원 모두에게 ‘부도덕’과 ‘부정부패’ 딱지를 붙였고, 실망한 국민들의 원성은 잦아들지 않았다. 민심의 대해(大海)에서 침몰 직전 배의 타륜(舵輪)을 잡은 홍준표 대표는 올 한해 내부 정비에 주력하며 한 해를 보냈다.
#1. 3월 10일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 되는 순간이었다. 사상 첫 과반·여성 대통령은 이렇게 외면받았다.
국무총리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정부는 사실상 ‘식물’ 상태였다. 그러던 중 한국당은 2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준비에 돌입했다.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는 ‘서민에게 기회를, 부자에게 자유를’ 구호를 내걸고 지지를 호소했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이었다. 25% 지지율에 만족한 채 홍 후보는 미국행을 택했다. “좌파들 잔치하는데 자리를 비켜주는 게 맞지 않느냐”는 말과 함께.
#2. 돌아온 홍준표, ‘친박당’ 꼬리표 떼기
미국으로 떠났던 홍준표 후보가 귀국했다. 한국당의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7·3전당대회를 한 달 남겨두고 돌아와 당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70%가 넘는 당원들의 지지로 대표직에 오른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친박(친박근혜)당’ 꼬리표를 떼는 것이었다.
당 혁신위원회는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 출당을 권유했다. 윤리위원회는 결국 혁신위 안을 그대로 수용했고, 홍 대표는 11월 4일 박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 조치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부르짖는 일부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손가락질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는 평가다.
#3. “좌파 폭주기관차...함께 저지하자”
한국당과 ‘보수적통’ 경쟁을 벌이던 바른정당이 11월 9일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13명의 바른정당 의원들이 집단탈당한데 이어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9명이 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다. 이에 한국당의 원내 의석수는 기존 107석에서 116석까지 세가 불어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5석 차로 바싹 추격했다.
홍 대표는 취임 후 바른정당을 향해 통합 러브콜을 수차례 보냈다. 친박 청산을 통해 복당 명분을 마련해준 한편, ‘당대당 통합 불가‘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전향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마침내 복당을 결심한 이들에게 홍 대표는 “좌파 정부가 폭주 기관차를 몰고 가는 데 대해 공동 전선으로 저지하자”고 했다. 그는 또 “아직 정치적 앙금이 서로 남아있긴 하지만 이제 그 앙금을 해소하자”고도 했다.
‘좌파 영구집권’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보수진영에게 들이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단 ‘적전분열(敵前分裂)’을 멈추자는 의미다.
#4. ‘점잖은’ 옷벗고, 이제 ‘싸우는’ 야당으로
한국당은 지난 9년간 ‘점잖은’ 여당 옷을 벗어던지고 ‘싸우는’ 야당으로 체질을 개선 중이다.
지난 13일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 당선이 그 분기점이다. 중동 근로자 생활부터 노동운동가 등으로 밑바닥부터 올라와 ‘싸울 줄 아는’ 김 대표가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김 원내대표는 후보 간 마지막 합동토론회에서 예산안 여야 합의문을 갈기갈기 찢는 퍼포먼스로 ‘강한 야당’을 예고했다. 홍 대표도 김 원내대표의 투쟁력을 높이 평가해 야당 원내대표로 적합한 인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지도부는 전국 당협을 대상으로 당무감사를 실시, 이른바 ‘일하지 않는’ 당협위원장을 ‘물갈이’했다.
창당 이래 최초로 현역의원 4명을 포함해 전체 당협위원장의 30% 가량을 교체했다. 이같은 고강도 개혁에 일각에선 ‘홍준표 사당화 신호탄’, ‘정치보복’ 등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지만, 당내 대다수 친박계도 “공정한 감사였다“는 평가 아래 큰 후폭풍은 빗겨간 모습이다.
이렇게 한국당의 한 해는 저물어 가고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