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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안전하다고? 불안감 여전…유기농·약국 생리대 불티


입력 2018.01.05 06:00 수정 2018.01.04 23:26        손현진 기자

식약처 1·2차 전수조사에도 차가운 여론…조사방법 의문 제기도 여전

유기농·면생리대, 약국 생리대까지 각광…업계 안전성 강화 노력 이어질 듯

정부당국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도 생리용품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은 걷히지 않은 분위기다. (왼쪽부터)지난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던 릴리안 제품과 '생리대 쇼핑검색어'를 장악한 유기농 관련 제품들. ⓒ데일리안

지난해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이 불거진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전수조사로 '인체 유해 우려가 없다'는 결론이 났지만,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기농 및 면생리대, 생리컵, 약국 생리대까지 시중 생리대의 대체품 판매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중 유통 중인 생리대·팬티라이너에 존재하는 클로로벤젠, 아세톤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74종에 대한 전수조사와 위해평가 결과, VOCs 검출량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이뤄진 VOCs 10종에 대한 1차 전수조사에 이은 후속조치다. 당시에도 식약처는 인체 위해 우려가 낮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1차 전수조사 발표가 나왔을 당시에도 '조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이에 식약처는 이번 조사결과 발표에 관해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생리대 의료·분석·위해평가·소통전문가로 구성된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와 식약처 공식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검증을 받았다"고 강조했으나 여전히 소비자들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20~30대가 주로 찾는 커뮤니티에서 한 여성 소비자는 "1, 2차 조사 모두 안전하다고 나와서 다행"이라며 "사실 제 주변에는 생리대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 없었는데 뭐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였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또 다른 여성은 "저는 특정 제품만 쓰면 생리가 줄었고, 같은 제품을 쓴 사람 중에도 비슷한 증상을 겪은 이가 많았다"며 "식약처 조사라고 곧이곧대로 믿는 건 순진한 거 아니냐"고 반박했다.

정부 조사결과에 불신을 보내는 소비자들은 일부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이 미미한 수준으로 검출됐다고 해서 생리대 전체가 문제없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며, 개별 화학성분 또는 결합한 화학성분이 신체에 닿았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생리용품 안전성을 둘러싼 진실 게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체품 판매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해 9월 한 달간 국산 생리대 판매량은 업체별로 전년도 대비 20%에서 최대 90%까지 급감했지만 대형마트 면생리대 판매량은 최대 3885.5% 폭증했다.

온라인몰에서도 유기농 및 면생리대 카테고리 매출이 급증했다. 옥션 측은 "지난해 면생리대가 갑작스럽게 주문이 몰리면서 한때 구매가 지연될 만큼 주목받았다"며 "전년도 대비 판매량이 6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100% 유기농 순면으로 만든 유기농 생리대도 판매량이 2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11월 롯데홈쇼핑이 첫 론칭한 핀란드 유기농 생리대 '뷰코셋' 제품. ⓒ롯데홈쇼핑

시장 반응에 민감한 유통채널도 이에 발맞추는 분위기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1월 핀란드 유기농 생리대 '뷰코셋'을 홈쇼핑 최초로 론칭했다.

정윤상 롯데홈쇼핑 생활부문장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위생용품의 안전성 논란으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친환경 생활용품 기획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론칭 방송은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해외 친환경 상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기회가 될 것이며, 앞으로도 안전성·기능·품질을 모두 갖춘 생활용품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약국 생리대' 상품군도 인기를 얻고 있다. 약국 생리대는 의약품 도매상에 의해 유통되는 제품을 의미한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검증된 제품이라는 소비자 인식을 기반으로 활발한 입점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중순 약국에 첫 출점한 '오드리선' 제품은 불과 2주 만에 약국 1000곳 입점을 돌파했다. 미국에서 인증받은 100% 순면 커버를 썼고, 형광증백제나 향료, 염소표백제 등을 일체 쓰지 않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부터다.

안전성 논란으로 타격이 컸던 국산 생리용품 업체들은 안전성 강화 방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식약처, 한국소비자원을 포함한 상위 5개 제조업체(유한킴벌리·깨끗한나라·한국피엔지·엘지유니참·웰크론헬스케어)는 지난달 13일 민·관 협의체를 발족하고, VOCs 등 저감화를 위한 정례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올해 10월부터는 생리대 용기나 포장에 모든 성분을 표시하는 '전 성분 표시제'가 도입되며, 일부 회사는 이미 자체적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생활용품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특정 회사를 넘어 업계 전반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외 안전기준에 따라 관리 수준을 높이고, 여성 건강에 관한 연구를 확대해 제품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 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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