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경배 회장의 '개방형 혁신' 철학 곳곳에…아모레 신본사 가보니
지난달 신본사 입주 완료…세번째 '용산 시대' 막 올라
'개방' '소통' 위한 업무공간 설립…고객 체험공간 마련도
“원대한 기업(Great Brand Company)을 향한 숭고한 비전을 품고 있는 이곳 신본사에서 세 번째 용산 시대를 힘차게 열어가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신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용산 시대의 부활'을 외쳤다. 서성환 선대회장은 1956년 현재 신본사 자리에 사업 기반을 잡았고, 1976년에는 10층 규모의 신관으로 준공해 한국 화장품 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그룹을 키웠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새로운 도약의 꿈을 실현하는 공간이 될 용산 신본사를 5일 찾아가 봤다.
신본사는 구 사옥을 철거한 자리에 2014년 8월 착공해 지난해 10월 완공됐다. 지하 7층, 지상 22층으로 이뤄졌으며 연면적은 18만8902m²에 이른다. 지주사 및 주요 관계사 임직원 3500여명은 지난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입주를 마쳤다. 건물은 최대 7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날 신본사 주변에선 업무 중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직원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건물 설계는 영국의 유명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담당했다. 외관은 군더더기 없는 '직육면체' 그 자체지만 전체적으로 은회색을 띠고 있어서 압도적인 느낌보다는 절제되고 간결한 인상을 줬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외관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신본사 로비는 번쩍번쩍한 새 건물 특유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내부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돼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자연 채광에 최적화한 설계로 '쨍한' 조명 대신 통유리로 햇볕이 들어오게끔 했다. 자연 채광은 에너지 절약에도, 임직원의 건강한 오피스 생활에도 효과적일 것이라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내 조명도 외부 조도에 따라 자동 센서로 조정된다. 일반적인 사무실 조도는 500~800LUX 수준이지만 신본사는 내부 조도를 낮춰 300LUX에 맞췄다.
앞서 서 회장은 지난 9월 창립 72주년 기념식에서 "신본사는 단순한 근무 장소의 개념을 넘어 임직원들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열린 소통'을 하는 공간이자,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같은 개방과 소통, 연결의 철학은 신본사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우선 업무 공간이 개방돼 있다. 층별 복도를 걷다보면 투명 유리 너머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칸막이가 없는 오픈형 데스크가 설치돼 있고, 혼자 혹은 5~6인이 한 데스크에 모여 앉아서 업무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같은 구조는 직원간 수평적이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라고 한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면 1인용 워크 포커스 공간을 활용하면 된다. 층마다 내부 계단을 설치한 것도 부서간 소통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직원 업무 공간만 개방적인 게 아니다. 신본사는 일반 시민에게도 열려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일반 시민이 드나들 수 있는 공용 문화 공간인 '아트리움'이 자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마련된 전시실에서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기획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2~3층에는 문화행사를 열 수 있는 450석 규모의 대강당도 갖췄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매장도 설립을 앞두고 있다. 이는 서 회장이 신년사에서 발표한 6개 중점 추진 전략 중 하나인 '고객경험 강화'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아모레 측은 "독특하고 새로운 고객경험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 고객'이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제품, 매장을 경험하며 편리함을 넘어 감동을 느끼도록 새롭게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혁신상품 개발, 디지털 혁신, 글로벌 확산, 미래경영 준비, 지속가능경영 및 인재 육성 등이 핵심 전략에 포함됐다.
전시회 등 체험공간은 아직 오픈 준비 중이지만, 이들 공간이 하나씩 완성될수록 신본사를 찾는 시민 또한 많아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아모레 신본사 완공에 따른 주변 상인들의 기대도 높다. 신본사 인근의 분식점 주인은 "건물이 한창 지어질 때는 이른 시간부터 식사를 하려는 작업자들이 몰려 앞치마도 제대로 두르지 못하고 일했다"며 "신본사가 더 알려져서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새롭게 열린 용산 시대에서 펼칠 첫 경영방침은 '즉시 결행(Act Now)'이다. 대내외 위기요소가 많은 현재 글로벌 뷰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 도약하기 위해선 작은 것이라도 구체적으로 즉시 결행하는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서 회장은 "1956년 용산에서 시작된 아름다운 꿈이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이 됐고, 이제 세계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미의 전당이 될 아모레퍼시픽그룹 신본사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품고 새로운 아름다운 꿈을 창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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