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금호 악몽 되풀이?…호반 인수가능설에 ‘술렁’
‘호반건설에 매각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 3290명 참여
규모·재무상태 등 금호그룹 인수 당시 재현 우려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이르면 오는 26일 오전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이뤄진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나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호반건설의 몫이 될 수도 있다는 설이 나돌면서 대우건설 안팎으로 금호그룹 합병 당시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시공평가능력 순위가 한참 떨어지는 중견건설사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우건설 시평순위는 지난해 기준 3위인 데 반해, 호반건설은 이보다 10계단 아래인 13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업계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청와대 청원 개시판에는 ‘대우건설이 호반건설로의 매각을 결사반대 한다’는 제목의 청원까지 게시됐다. 이 청원에는 25일 오후 기준 3290명이 참여했다.
대우건설 직원 중 한명이라고 밝힌 최초 청원자는 대우건설(11조1059억원)과 호반건설(1조2520억원) 연매출을 비교하며 “두기업의 지표만 봐도 대우건설의 호반건설로의 매각은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대우건설이 금호그룹으로 합병된 당시에도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합병할만한 규모나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결국 금호그룹은 금융위기로 대우건설을 버텨내지 못했고, 당시 시공능력평가 1위를 달리던 대우건설은 지금까지 그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우건설 매각 문제를 정치적 이익만을 좇을 것이 아니라 대우건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현재 대우건설 노조의 반대도 계속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주택 건설만을 수행했던 호반건설이 해외건설과 플랜트 사업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만큼 시너지 효과는 전혀 없을 것”이라며 “매출액도 크게 차이 나지만 조직문화도 달라 원래의 대우건설 매각 목적성을 잃게 된다”고 토로했다.
대우건설의 내부적인 반발과 함께 업계에서도 대우건설을 인수하기엔 호반건설의 여유자금이 충분치 않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도 계열사를 가지고 있지만 금호그룹, 말 그대로 ‘그룹’이 인수할 때와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면서 “아무리 안정적인 재무를 갖췄다 하더라도 인수 과정은 물론 인수 후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본다면 호반건설의 자체 보유 자금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반면, 최종 매각 조건 및 가격 등에서 이견이 크지 않다면 호반건설이 무난하게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간 주택사업에 편중돼 있던 호반건설과 사업구조가 다각화된 대우건설과의 시너지가 클 것이란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두 건설사 모두 인지도가 높은 아파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브랜드 보다는 기존 브랜드를 살려가지 않을까 싶다”면서 “이렇게 되면 주택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하는 한편, 대우건설이 쌓아온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사업 진출로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인수 희망가격으로 1조6000억원 가량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 중 40%만 먼저 대금을 지불하고 나머지 10.75%에 대해서는 3년 뒤 산은이 팔 수 있도록 하는 풋옵션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이르면 26일 오전, 늦어도 이달 안에는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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