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7월부터 삼성·한화·현대차 등 7개 그룹 통합감독 나선다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보유 복합금융그룹 대상 위험관리 등 건전성 관리
3개 분야 8개 추진과제 설정…하반기 시범 운영 시작으로 2019년 시행
오는 7월부터 삼성과 한화, 현대차 등 금융자산 비중이 높으면서 금융계열사를 2곳 이상 보유한 7개 그룹사에 대한 통합 감독이 시행된다. 이에따라 해당 그룹들은 앞으로 자본적정성부터 위험관리, 비금융계열사 출자에 대한 자본규제 등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건전성 규제를 받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1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안으로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금융그룹의 위험관리역량을 내실화해 제도의 안착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기본 골자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3개 분야 8개 추진과제를 설정하고 단계별 추진에 나서기로 했다.
브리핑에 나선 이세훈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은 “금융그룹 감독에 대한 국제규범의 국내 도입과 기업집단 소속 금융그룹의 동반부실위험을 관리 및 감독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이번 통합감독제도를 도입하게 됐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발표된 안에 따르면 당국은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체계 구축을 올해 안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당국은 감독 효율성을 위해 그룹 감독을 맡는 총괄부서와 은행 및 보험, 금투 등 업권별 감독부서 등 2곳으로 구성해 금융그룹 감독 과정에서의 현안 논의와 그룹 위험관리체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통합감독은 금융자산이 5조원 이상이면서 여수신·보험·금투 중 2개 이상 권역을 영위 중인 복합금융그룹이 대상으로, 현재는 삼성과 한화, 교보생명,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금융그룹 등 7개 그룹 정도를 잠정 감독대상으로 설정한 상태다. 이에따라 7개 금융그룹 내 97개 계열 금융사가 포함된다.
반면 이미 통합감독을 받고 있는 금융지주나 감독실익이 높지 않는 특수은행, 실질적 동종금융그룹에 대한 규제는 일단 배제됐다. 이세훈 혁신단장은 “일단 7곳으로 시작하지만 향후 입법화 과정에서 확대 필요성 등이 제기될 경우 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며 추후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건전성 규제가 시행될 경우 감독대상 그룹들은 통합 자본적정성과 위험관리 상황 등을 감독당국에 보고하고 이를 시장에 공시해야 한다. 또 통합관리체계 운영의 일환으로 각 사들은 그룹별 대표회사를 선정해 주요 금융계열사가 참여하는 위험관리기구를 설치 및 운영하도록 했다.
특히 금융부문 전체의 실제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을 업권별 자본규제 최소기준의 합계(필요자본)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와함께 자본 적정성 산정 시에는 금융계열사 간 출자(순환출자 포함)분을 적격자본에서 제외하고, 모회사 차입금을 활용한 계열사 자본 확충 등은 추가적으로 필요자본에 차감 반영하도록 했다.
이 경우 그룹 적격자본이 필요자본 수준에 미치지 못해 추가 자본적립이나 지분을 매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단장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다른 비금융계열사가 금융계열사에 어떠한 리스크를 줄 수 있는지 우선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평가 후 위험 크기 자체가 미미하다면 관계없으나 상당한 규모가 위험할 경우에는 추가자본을 쌓거나 지분 매각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또 금융계열사 별 위험관리체계로 대응하기 어려운 그룹 차원의 통합위험에 대해서도 주기적 평가와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위기상황에 따른 금융계열사 파급효과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한편, 비상 시 금융부문의 생존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기업집단 소속 금융그룹의 동반부실위험을 막기 위해 신용공여 및 주식취득, 내부거래, 지배구조, 평판리스크 등 요인 별 평가결과를 토대로 금융회사에 추가자본적립 등과 같은 위험회피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앞으로는 금융 및 비금융 간 임원 겸직이 제한되며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위험노출액 관리와 더불어 비금융계열사 지원을 위한 이사회 심의절차도 한층 강화된다. 또한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추가 출자가 제한되거나 동반 부실화 위험 시 의결권을 제한당할 수도 있다.
당국은 오는 3월 중 모범규준 공개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모범규준에 따른 통합감독체계 시범 운영에 나서기로 했다. 이후 동반부실위험 평가모델을 개발해 테스트 및 시장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말까지는 세부 규제수준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단장은 “금융그룹 감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연내 통합감독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