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장 잃을라…높아진 수출장벽에 제약업계 '비상'
국내 의약품, 베트남 입찰등급 4단계 하향 위기…수출 '물거품' 우려
업계 우려에 제약협회, TF 꾸려 현지 방문…식약처도 지속 관심
베트남의 의약품 입찰 규정이 바뀌면서 국내 의약품 입찰 등급이 대폭 하향조정될 위기에 처했다. 국내 제약업계와 정부는 의약품 수출 3위 국가인 베트남 시장 수성을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1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은 의약품 입찰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7월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개정안은 의약품 입찰 과정에서 유럽·미국·일본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허가받은 의약품만 1~2등급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국도 2등급으로 우대받았지만 앞으로는 이같은 조항이 폐지된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시행될 경우, PIC/S 가입국인 우리나라 의약품 입찰등급은 현행 2등급에서 6등급으로 떨어지게 된다.
의약품 입찰 등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에선 해외 제약사들이 1~6등급 중 높은 등급을 얻을수록 공급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커지는데 6등급을 받아선 사실상 입찰이 어렵다.
베트남 의약품 시장은 수입 의존도가 높다.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국내 의약품은 연간 2000억원 규모로, 수출기업 수는 65곳 내외에 이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입찰등급은 현지 의약품 시장 입찰과 수주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입찰등급이 떨어지면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물량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트남 수출 장벽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제약협회는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하고, 지난 3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고위급 간담회를 주최하는 등 사태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제약협회와 베트남제약협회(VNPCA)는 10일 제약산업의 공동 발전을 위한 교류 및 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월 중 양국 제약협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9월 중에는 공동 미래협력포럼을 개최한다.
또한 제약협회는 이날 베트남 보건부 보험국장, 국립의약품품질관리원 원장과 잇따라 면담하고 베트남 정부의 입찰규정 변경 배경이나 의약품 품질관리 현황, 건강보험제도 운영현황 등을 파악했다.
허경화 제약협회 부회장은 베트남 제약협회 관계자에게 “한국 제약기업들은 베트남 의약품 시장에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기술제휴와 협력사업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며 협력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제약협회는 베트남 방문 결과에 따라 의약품 입찰규정 변경에 대한 우리나라 산업계 입장을 오는 12일까지 확정하고, 식약처와 협의를 거쳐 베트남 당국에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베트남 외국인 직접투자 1위 국가이고 베트남은 문재인 정부 남방정책의 거점국가라는 점, 국제규제조화회의(ICH) 회원국이자 PIC/S 가입국으로서 고도의 품질관리 체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 의약품 등급조정이 베트남 제약산업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2등급 유지를 주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베트남 방문에는 제약협회 허경화 부회장과 장우순 상무를 비롯해 베트남 TF 리더 이상준 본부장(JW홀딩스), 양준호 이사(종근당), 권태근 이사(삼일제약), 양정화 부장(한림제약)이 동행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박승덕 지사장(유한양행), 옥창민 지사장(종근당), 김동휴 지사장(대웅제약), 홍상기 이사(신풍제약), 구민기 소장(CJ헬스케어), 김기한 팀장(한국유나이티드), 유녕환 대리(대원제약), 김희창 차장(삼일제약) 등 베트남 현지 진출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베트남 입찰등급 규정 변경이 가시화되면서 정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식약처는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국내 제약사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제약사 CEO들과 함께 류영진 식약처장과 이원식 의약품 안전국장, 김상봉 의약품 정책과장이 자리했다.
간담회에서는 베트남 시장 진출 현황이나 비전 등에 대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류 처장은 베트남 입찰규정 개정 문제를 언급하며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달 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길에 동행하지는 않았지만, 의약품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차후 현지 방문도 고려 중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해외시장 개척과 관리에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또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은 단순수출에 머무르기보다 직접투자와 합작투자, 기술제휴를 통한 현지화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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