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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건축가 "서경배 회장, 사람 끌어당기는 '열린 공간' 원해"


입력 2018.06.14 18:16 수정 2018.06.14 18:18        손현진 기자

"서 회장, 사회에 기여하는 공간의 필요성 강조…업무 공간 이상의 것 추구"

"상업적 목적보다 사회적 기여도에 무게…경영자로선 흔치 않아"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설계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14일 열린 방한 기념 간담회에서 설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신본사가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을 넘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일관적으로 말했습니다. 회사가 수행할 사회적 의무에 대해 계속 강조했으며, 주변인의 조언을 많이 구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경청했던 그의 태도가 인상깊게 남아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설계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는 14일 오후 신사옥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방한 기념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영국 런던 출신인 그는 1985년 '데이비드 치퍼필드 건축사무소'를 설립한 이래 30여년간 100여건의 건축상을 수상한 영향력 있는 건축가로, 지난해 10월 완공된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설계를 담당했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에 위치한 신사옥은 지하 7층, 지상 22층 규모로 연면적은 18만8902㎡다. 여러 동의 건물이 아니라 단아하고 간결한 형태의 단 한 개 건물로 이뤄졌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 '백자 달항아리'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어 외관을 디자인했다.

그는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은 절제돼 있지만 그 존재감은 강력하다"며 "세계적인 예술의 경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며, 건물 외관을 설계할 때 절제미의 열쇠가 됐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설계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모레퍼시픽

한옥의 중정(안채와 바깥채 사이 작은 뜰)에서도 영감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신본사 5~6개 층을 비우고 5층, 11층, 17층 세 곳에 건물 속 정원 '루프 가든'을 마련했다. 임직원들이 자연과 가깝게 호흡하고, 계절 변화를 느끼며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다만 그는 이같은 외관 디자인보다 건물의 '사용 목적'을 더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업무 공간은 일하는 곳일 뿐 아니라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며, 회사가 사회와 어떻게 소통하느냐를 말해주는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열린 큐브(cube) 콘셉트로 공간과 공간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서도 "사실 초기 아이디어가 실현 단계에서 일관성있게 유지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예외였다"고 말했다. 본인의 철학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서 회장과의 교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왼쪽부터)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설계한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크리스토프 펠거 디자인 디렉터. ⓒ데일리안

이날 함께 참석한 크리스토프 펠거 디자인 디렉터는 "서 회장을 영국 베를린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신사옥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공용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했다"며 "직원들을 위한 열린 공간, 위계질서가 느껴지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에 대한 서 회장의 아이디어가 실현됐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건물의 상업적 목적을 넘어 사회적 기여도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었던 것은 경영자로선 흔치 않은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5층의 루프가든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취재진을 향해 '이 건물이 한국적이라고 느껴지느냐'며 되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선 백자에 언제나 관심이 있었는데 이는 서 회장과 공통점이기도 했다"며 "설계 과정이 좋았기에 결과도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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