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인상… 유제품·주류, 가격인상 도미노 '우려'
"가격인상 불가피" 또는 "가격인상 이익 볼 정도 아냐"
하반기 주정 가격 인상으로 소주가격 인상 예상
상반기 식품 가격인상에 이어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유제품, 주류 등 상반기에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던 품목들의 가격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낙농협회와 유가공협회는 지난 20일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 회의를 열고 리터당 원유가격을 4원 오른 926원으로 합의했다. 원유가격 인상은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된 지 5년 만에 처음이다.
유업체에게 리터당 4원 인상은 연간 생산되는 우유량(200만t)으로 계산하면 약 80억원으로, 리터당 1원을 올릴 때마다 유업체는 20억원을 더 부담해야한다. 현재 10개의 유업체가 있어 한 업체당 평균 2억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원유 수매 가격이 오르면서 유업체의 수익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유를 비롯한 유가공품의 가격인상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는 이번 인상으로 흰 우유 가격이 1리터당 50~70원 정도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가격연동제가 시작된 첫해인 2013년 이후 원유 가격을 103원 인상한 후 가격을 올린 적이 없다"면서 "2016년 원유가격이 떨어지면서 원유가격을 18원 인하해 적자가 누적된 상황이라 원유가격이 인상되면 우유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유업계는 저출산, 소비 감소로 침체기인 상황에서 무작정 가격인상을 단행기에는 무리수라는 의견도 있다.
유업계 다른 관계자는 "흰 우유 시장이 저출산, 소비 감소로 침체기인 상황인데다 업체들의 경쟁까지 심화되고 있어 가격인상을 단행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가격을 올린다고 해도 어느 정도 보전은 하겠지만 이익을 볼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도 가격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던 소주의 가격인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소주의 원재료(주정) 가격 인상이 통상 소주 가격 인상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정의 국산원료는 쌀보리, 겉보리, 절간고구마, 현미 등이고 수입원료는 타피오카가 대표적이다. 타피오카는 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전량 수입되고 있으며, 최근 가격이 급등 중이다.
일반적으로 주정 가격이 오르면 소주값도 올랐다. 주정의 판매 단가는 지난 10여년간 2006년과 2007년, 2008년과 2012년에 걸처 4차례 인상됐다.
주정가격 인상과 함께 소주 가격도 올랐다. 소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참이슬의 경우 2007년(4.9% 인상), 2008년(5.9%), 2012년(8.19%) 2015년(5.62%) 4차례 가격이 올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정 가격 인상이 소주 출고가의 주요한 조정 요인인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소주 가격인상으로 이어질지는 상황을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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