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의 계절 앞두고 백신시장 '전운'…4가백신 판매 치열
올해 2500만명분 독감 백신 출하승인…3가 백신 줄고 4가는 작년 대비 늘어
3가 백신 활용하는 무료접종 대상 확대…업계선 글로벌 시장에 눈길
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급증하는 계절을 앞두고 국내 백신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4개 유형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4가 독감백신 수요와 물량이 증가해 이에 대한 업계의 마케팅 활동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유통을 위한 독감 백신의 국가출하승인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약 2500만명분이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국가출하승인이 신청된 독감 백신은 GC녹십자·동아에스티·보령바이오파마·SK케미칼 등 10개 업체의 2200만명 접종분이다.
특히 올해는 4가 독감백신 공급량이 3가 백신 공급량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3가 백신이 예방할 수 있는 독감 바이러스는 A형 2종과 B형 1종이며, 4가 백신은 여기서 B형 바이러스를 1종 더 예방할 수 있다.
올해 출하승인을 받은 3가 백신은 1000만명 분으로 작년에 비해 200만명분 감소했고, 4가 백신은 약 1200만명분으로 30만명분 증가했다.
국내 백신시장 점유율 1위인 GC녹십자는 3가 독감백신 ‘지씨플루 프리필드시린지주’와 4가 백신 '지씨플루 쿼드리밸런트 프리필드시린지주' 국내 출하를 개시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900만명 분량의 독감백신을 공급한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어 환자들에게 독감 유행에 앞서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당초 공급가가 7000원~1만원 선인 3가 백신에 비해 4가 백신 공급가는 1만5000원 전후로 더 높았지만, 제약사간 가격 경쟁이 높아지면서 현재는 4가 백신 공급가도 1만원 초반 혹은 미만으로 낮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4가 백신 공급가격이 낮춰진 만큼 매년 전체 공급량의 10~20%에 이르는 반품 폐기량을 줄이는 데 매진할 것으로 풀이된다.
독감 백신은 매년 균주가 달라져 1년 단위로 국가검정을 받고, 유효기간이 지나면 폐기된다는 특성이 있다. 매년 2월 WHO에서 그 해 유행할 균주를 발표하면 각 제조사는 그 균주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어 4~5월경에는 제조된 백신 품질관리를 위한 국제표준품이 각 제조사에 공급된다.
3가 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 항목으로 정부의 무료 예방접종 사업에 활용되고 있어 폐기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올해부터는 무료 예방접종 대상도 확대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생후 6~59개월 영유아와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제공해왔지만, 올 가을부터는 생후 60개월부터 12세 어린이까지도 무료 예방접종 대상에 포함한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질본 관계자는 "이번에 확대되는 대상자는 집단생활을 하는 어린이집 및 유치원 원아, 초등학교 학생 등이 포함돼 지역사회 내 인플루엔자 감염 및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독감 무료접종 혜택을 받는 국민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포함해 총 1326만명으로 전 국민의 26%에 이르게 됐다. 질본은 한시적으로 백신 공급이 부족해지는 경우를 대비해 비상대응 물량을 지난해 16만5000만명분에서 올해는 37만7000만명분으로 늘렸다.
우리나라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독감이 유행한다. 이에 백신 제조업체들은 통상 독감 유행에 앞서 이르면 8월부터 병∙의원에 예방백신을 공급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3가와 4가 백신을 모두 보유한 기업도 많지만 업계 전반에서는 4가 백신 마케팅에 더 적극적인 분위기"라며 "4가 백신 가격은 병·의원이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보니 이들을 향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백신 판매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GC녹십자는 WHO로부터 일종의 품목허가 격인 사전적격심사(PQ, Prequalification) 승인을 받고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인 남반구에 백신을 수출하며 비수기를 최소화하고 있다.
강정호 GC녹십자 마케팅 팀장은 "수출용을 포함한 북반구 독감백신 출하가 마무리되면 곧이어 남반구 수출용 독감백신 생산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세포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도 WHO의 PQ 인증을 통한 국제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측은 경북 안동에 있는 국내 최대 백신공장 'L하우스' 증설이 완료되면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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