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의 '생존 전략' 어디까지…"이름도 상품도 다 바꿔"
아이돌 모델 기용, '라이프스타일' 강조는 필수…침체된 아웃도어의 복안
'스포티즘' 트렌드 업계 전반으로 확산…경쟁 높아져 수익성 악화 우려도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품목 다각화를 넘어 브랜드명이나 콘셉트까지 바꾸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5일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14년 7조원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해, 지난해 4조5000억으로 축소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웃도어 만으로는 승부를 걸기 어렵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아웃도어는 '빈폴스포츠'로 브랜드명을 바꾸고, 라이프스타일형 패션 스포츠웨어로 재탄생했다. '산 타는 활동'에 국한된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얼굴에도 변화를 줬다. 빈폴스포츠는 이번 FW시즌 모델로 여성 아이돌 '트와이스'를 낙점했다. 활동성과 실용성이 강점인 기능성웨어 이미지를 확립하고, 국내외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젊은층과 중장년층에 강인한 이미지로 두루 알려진 남자 모델을 선호했던 과거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삼성물산은 스포츠웨어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미국 러닝 브랜드 '브룩스 러닝' 국내 사업도 시작했다. 브룩스 러닝슈즈와 의류의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하는 한편, 의류 라이선스는 별도로 획득해 자체 기획·생산 체제로 전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송주백 브룩스 러닝 팀장은 "브룩스 러닝은 웰니스(Wellness) 흐름과 러닝 인구 증가에 맞춰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러닝 시장의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스포츠웨어 시장은 아웃도어와 달리 성장세에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집계를 보면 2015년 약 4조8000억원에 불과했던 스포츠웨어 시장은 지난해 7조원대로 급성장했다.
LF의 아웃도어 '라푸마'도 FW시즌 모델로 아이돌 그룹 '세븐틴'을 발탁했다. 그동안 '프랑스 정통 아웃도어'를 내세웠던 라푸마는 최근 1~2년새 스포티즘(활동성을 강조한 일상복)이 유행하는 것을 겨냥해, 다양한 고객층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로 변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와일드로즈는 올해 브랜드를 전면 리뉴얼해 '여성 전용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여가활동의 경계를 허물고 어디서든 스타일리시하게 착용할 수 있는 스타일에 포커스를 둔 상품군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부 브랜드는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복고 패션을 아웃도어에 접목하고 있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는 1996년 첫 선을 보였던 '눕시 재킷'을 오렌지·블루 등 원색을 가미한 '레트로 눕시 재킷'으로 재출시했다.
노스페이스는 또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선수를 지원하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단 공식 파트너로 활동하며 '스포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티즘을 강화하는 흐름이 패션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2012년 전후 아웃도어 열풍이 불었을 당시에도 패션업체들은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는 아웃도어 시장 침체를 앞당긴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이어졌다.
LF는 지난해 질스튜어트 스포츠를, 삼성물산은 지난 3월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에슬레저 라인을 각각 론칭한 바 있다. 삼성물산의 '토리버치'는 하반기 중 스포츠 라인 '토리 스포트'도 선보일 계획이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스포츠 의류의 성장에 맞춰 아웃도어의 '탈(脫)아웃도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문제는 해당 시장의 성장세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특정 카테고리의 인기에 기대 실적을 올리기 어려운 만큼 자체 경쟁력 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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