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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질라”…담합 분위기에 하자까지 쉬쉬


입력 2018.09.19 06:00 수정 2018.09.19 06:09        원나래 기자

정부의 집값 담합 처벌, 실효성 의문…“쉽게 근절되지 않을 것”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 A씨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우여곡절 끝에 구입하게 됐다. 집주인이 호가(부르는 가격)를 이랬다저랬다 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바꾸는 바람에 예상일보다 세 달이 지나서야 계약서를 쓸 수 있었다. 계약서를 쓰는 날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집주인의 항변은 이랬다.
“빨리 처분하고 싶어서 부동산에 내놓고 계약을 서두르려 했지만, 다른 입주민들이 ‘그 가격은 너무 싸다, 그 가격에 팔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없다’하며 이 얘기 저 얘기로 매매 시기를 저울질 하다보니 늦어졌다.”
공인중개업소 역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높아진 호가를 낮추려 가격 조정을 시도하면 단체로 해당 공인중개업소 이용을 보이콧(집단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 최근 B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고가 아파트에 전세 세입자로 이사했다. 대형건설사가 시공한데다 입지가 좋아 전세금액을 무리해 옮겼지만, 준공이 채 1년도 되지 않은 아파트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 황당한 건 B씨의 집뿐만 아니라 곳곳에 집안 마감제가 잘못 시공된 집들이 많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하자 보수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거다. 공용 공간 하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세대별 하자를 집주인이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외부에 하자가 많은 아파트로 알려지면 집값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집값 급등의 주범이 부동산중개소와 집주인의 매매 호가 담합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허위 매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면서 정부는 집값 담합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재차 내비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재부 1급회의를 열어 경제현안을 논의하며 부동산 카페 커뮤니티를 통한 담합 등의 시장 교란 행위를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김 부총리는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후속조치를 이행하라”며 “인터넷 상 부동산 카페 등을 통한 담합 등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와 공정위 등 관계부처 협의 하에 부동산카페 등에 대한 현장점검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현행 법규를 통한 처벌 가능성을 점검키로 했다. 필요시에는 법 개정 또는 신규입법 조치할 계획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한 허위매물 신고는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따르면 지난달 허위매물 신고건수는 2만1824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배 늘었다.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담합을 막기 위해 특별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쉽게 근절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아파트 가격 담합은 ‘우리 아파트는 살기 좋은 동네인데, 주거 효용가치만큼 시장에서 가격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주택 소유자인 주인들이 힘을 뭉치면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최근 일정한 가격 이하로 매물 내놓지 않기, 아파트 단점 외부에 알리지 않기, 싸게 파는 중개업소와 거래 끊기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공인중개사가 인터넷포털 사이트에 매물을 등록하면 ‘허위 매물’로 신고하는 방법을 통해서도 가격담합행위가 나타나기도 한다”며 “하지만 호가 담합 행위의 경우 아파트단지 뿐 아니라 부동산카페나 SNS 대화방 등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적발이 더욱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하자 없는 아파트는 본인이 매매해서 사는 아파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파트가 가장 큰 자산인 만큼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가격 담합 등을 처벌하기 위해 법으로 명시한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 적용해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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