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증권 ”수수료 인하” vs 저축 “역차별”…해외송금 확대에 희비
‘후발주자’ 카드·증권사, 수수료 인하 검토…은행권과 경쟁 촉발 ‘관심’
저축은행, 자금세탁역량 미비 이유로 또 고배…반발 속 대응책 고심
정부가 최근 해외송금업무에 대한 문호를 대폭 개방한 가운데 신사업 확대를 요구한 2금융권 내에서도 또 다시 희비가 엇갈렸다. 내년부터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 카드사와 증권사는 수수료 인하 등 경쟁력 확보방안을 고심 중인 반면, 고배를 마시게 된 저축은행업계는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후발주자’ 카드·증권사, 수수료 인하 검토…은행권과 경쟁 촉발 ‘관심’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초부터 카드사와 증권사를 통해서도 소액(건당 3000달러, 연간 3만 달러 이내)의 해외송금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사실상 은행권 독점체제로 운영되던 해외송금시장을 제도권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확대해 시장 경쟁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에서 ‘혁신 성장과 수요자 중심 외환제도·감독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한 것이다.
이처럼 카드 및 증권사의 해외송금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무엇보다 업권 별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후발주자 입장에서 기존 주자인 시중은행과 경쟁을 위해서는 보다 경쟁력 있는 수수료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이에 일부 카드사와 증권사의 경우 수수료 1% 및 최대 수수료 면제 등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카드업계 가운데서는 현대카드가 유일하게 신한은행, 영국송금업체와 손을 잡고 간접 해외송금업무를 진행해 왔다. 지난 4월 업계 최저 수준인 3000원의 수수료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보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전용 모바일앱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증권업계 역시 투자목적으로 보유 중인 증권사 대기성 계좌에서도 해외송금이 허용되면서 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통한 서비스 개선과 투자자 편의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후발주자들의 진입 예고에 ‘270조원’에 달하는 해외송금시장 경쟁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케이뱅크는 금액에 상관없이 5000원이던 해외송금 수수료를 이달부터 1000원 낮춘 4000원으로 인하에 나섰고, 카카오뱅크 역시 내년 1분기 중으로 송금 이후 30분 내에 수취가 가능한 ‘해외특급송금’ 상품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송금시장의 강자인 시중은행 입장에서도 신규 서비스와 수수료 인하에 따른 서비스 경쟁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저축은행, 자금세탁역량 미비 이유로 또 고배…반발 속 대응책 고심
반면 중앙회를 중심으로 해외송금업무 허용을 강력하게 건의해왔던 저축은행업계는 이번 해외송금업무 확대 대상에서도 또다시 고배를 마시게 됐다. 기획재정부 측은 저축은행업계의 해외송금업무 제외 배경에 대해 “아직 자금세탁방지 의무에 대한 이행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규제 완화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해외송금업 확대 기조에 그 어느 때보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저축은행들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자체 모바일 플랫폼 상에 해외송금 서비스를 준비하고 동남아 현지은행과 해외송금업무 관련 논의를 적극 타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해외송금업 진입 무산으로 향후 사업 진출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업계 내부에서는 저축은행이 해외송금업무에서 배제된 주 요인에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외국환거래법 개정 당시 비금융권인 핀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송금업무를 허용하면서도 정작 제도권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은 해외송금업무 허용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타 금융기관들이 핀테크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유독 저축은행만 규제에 묶여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경쟁을 촉발하고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려는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거에만 얽매이기 보다는 현재 핀테크 활성화와 자금세탁 방지 등에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선입견 없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