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소수의견 확대로 힘받는 11월 금리 인상론
10월 기준금리 1.50%로 동결…실물경기 부담 우려
이일형·고승범 금통위원 2명 소수의견…3년7개월만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통위원 2명이 금리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을 낸 가운데 11월 금리인상 단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경기가 불확실하지만 한·미 금리차 확대 등 금융 불균형 심화에 대한 우려로 연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8일 한국은행은 18일 경기침체 등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11개월 연속 연 1.50%로 유지했다. 경기 성장세가 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에 나섰다가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1.25%에서 1.50%로 인상된 이후 11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달 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이일형 금통위원이 지난 7월 금통위부터 세 차례 연속 소수의견을 내고 있는데 이어 이번달에는 이 위원과 함께 고승범 위원도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일단 이번에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투자, 고용 등 내수 부진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설비투자는 8월까지 전월 대비 6개월 연속 감소하며 외환위기 당시 이후 20년 만에 최장기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취업자수 증가폭(전년동월 대비)은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10만명대를 밑돌고 있다.
고용률, 실업률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한 61.2%를 기록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지난 2월 이래 8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실업률 역시 3.6%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포인트 오르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7%로 낮추며 경기 부진 진단을 내린 터라 금리를 올리기에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 한은은 지난 1월과 4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으나 투자와 고용이 예상보다 부진해지자 7월 성장률을 2.9%로 0.1%포인트 낮춘데 이어 이번에도 성장률을 한 차례 더 내려잡았다.
성장률 2.7%은 지난 2012년(2.3%) 이후 최저치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2.7%로 제시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마지막 남은 다음달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한은이 금융불균형 심화 우려 등을 들어 연내 금리를 올리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왔고 이번 금통위에서도 통화정책방향과 이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을 고려해봤을 때 11월 금리 인상 메시지가 보다 선명해졌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이번 통화정책방향에서 그동안 장기간 유지했던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에서 ‘신중히’라는 표현을 뺐다. 이 총재는 “신중히라는 말은 한은이 금리인상을 상당히 조심스럽게 한다는, 소극적으로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는 듯 하다”며 “이 단어를 뺄 때 어떻게 해석할 지에 대해 생각 안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낮추면서도 “국내 경제가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2.7%는 잠재 수준에 부합하는 성장세”라며 “대외 리스크 요인이 거시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금융 안정에 유념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미국이 오는 12월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점도 금리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이 다음달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미 금리차는 연말 1.00%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한·미 간 금리역전이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주식시장에 대한 하락압력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경제전망 하향조정과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이번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11월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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