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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런'에 발가벗겨진 바른미래당 '화합적 결합'


입력 2018.12.19 04:00 수정 2018.12.19 05:50        정도원 기자

"통합 안했더라면 바른정당 출신은 상임위원장 못해"

국민의당 출신의 주객 의식, 성토 과정에서 드러나

정병국, 유승민 선거운동 거론하며 "비난할 용기 없다"

손학규 "이불까지 갖고가는 법 없다" 했는데도
이학재 "孫대표 심정 이해하나 선례없는 주장"
'이불런' 강행…탈·복당 기자회견서 몸싸움


이학재 의원이 18일 오전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의 격렬한 항의에 맞닥뜨리자, 국회 방호원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부자리(정보위원장)'까지 가져가려는 '이불런' 와중에 바른미래당의 '화학적 결합'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학재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른미래당 탈당과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했다. 담담히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려던 이 의원을 성난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이 덮쳤다.

손학규 대표가 전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지만, 절에서 덮으라고 내준 이불까지 갖고 가는 법은 없다"고 했음에도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몫으로 배정된 정보위원장, 즉 '이부자리'를 갖고 넘어가려는 이 의원을 성토하려는 급습이었다.

이 의원과 바른미래당 당직자들, 취재진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된 끝에 이 의원은 인접한 방송기자실로 20여 분간 피신해 있어야 했다.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은 기자실 문밖에서 정보위원장직을 장물에 비유하며 "내려놓아라. 한국당은 장물아비냐"라고 규탄했다.

이 의원은 방송기자실 안에서 가진 약식간담회에서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장에서 의원 전원의 투표로 결정되는 것을 존중해, 여태까지 당적 변경과 관련해 상임위원장을 내려놓으라는 요구가 없었다"며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국민의당에서도 그런 (상임위원장을 갖고 들어오는) 일이 많이 일어났었다"고 일축했다.

또,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이 여전히 농해수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을 가리켜 "원래 상임위원장을 교섭단체에 배분하더라도,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해도 그대로 유지한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손학규 대표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선례에 없는 주장"이라고 정보위원장을 유지할 의지를 천명했다.

"통합 안했더라면 바른정당 출신은 비교섭단체
국회 상임위원장은 꿈도 못 꿨을 것 아니냐"
국민의당 출신의 주객(主客)의식 드러난 성토


이학재 의원이 18일 오전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의 급습을 받고 인접한 방송기자실로 몸을 피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의 소란은 기본적으로는 '보여주기'의 성격이 강했다.

이 의원이 스스로 정보위원장을 내려놓을 리가 없다는 것은 이미 분명했다. 몸싸움이나 항의로 내려놓게 강제할 방법도 없다. 바른미래당 당직자들도 아마 기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곱게 보내줄 수는 없다는 분기탱천의 발로였다. 탈·복당을 하는 '그림'이라도 보기 좋지 않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현장에 있던 바른미래당의 한 당직자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불런' 와중에 바른미래당을 덮고 있던 '화학적 결합'이라는 '이불'이 벗겨지면서 옛 출신 정당별로 사태를 바라보는 온도차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날 현장에서 항의에 나선 바른미래당 노영관 부대변인, 임헌경 사무부총장, 황한웅 전국직능위원장, 양건모 보건위생위원장 등은 모두 국민의당 출신이다. 강경수 노동위원장 정도가 옛 한나라당 광주 광산을 당협위원장 출신이다.

항의 도중에는 "바른미래당 통합 당시 바른정당은 의원 수가 8~9명 밖에 되지 않는 비교섭단체"였다며 "이학재 의원은 정보위원장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실 이런 인식은 옛 국민의당 출신 사이에서는 낯선 것이 아니다.

이학재 의원이 정보위원장으로 선출된 지난 7월 바른미래당 의총 당시 국회부의장도 경선에 부쳐졌다. 국민의당 출신 4선의 주승용 의원과 바른정당 출신 5선의 정병국 의원이 경선을 했다.

이 때 옛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중진의원은 "양당이 통합하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국회부의장은 (제3교섭단체인) 국민의당에 돌아올 자리 아니었느냐"며 "비교섭단체라서 국회부의장을 할 수 없던 바른정당 출신이 (경선에서) 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귀띔했다.

경선 결과도 이러한 인식과 같이 주승용 의원이 무난히 선출됐다. 이학재 의원은 당시 교육위원장에 도전하려 했지만 국민의당 출신 이찬열 의원과의 경선 대결에서 승산이 전혀 없어, 급히 정보위원장으로 변경해 같은 바른정당 출신인 이혜훈 의원과 '내전'을 벌였다는 말도 있다.

이러한 속내는 마치 국민의당이 '주(主)'고 바른정당이 '객(客)'으로 통합된 것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양당의 통합 정신과 '화학적 결합'을 고려해 그간 공개적인 언급은 자제됐다. 그러나 바른정당 출신이 '이부자리'를 들고나가려 하자, 국민의당 출신들의 분노가 마침내 공개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정병국 "대선 때 국토종단 이학재, 비난 못해"
유승민 선거운동, 국민의당 출신은 공감 어려워
김관영, 공조 위협구 "정보위원장 매듭지어라"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이 18일 오전 바른미래당 탈당과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한 이학재 의원이 피신한 국회 방송기자실 앞에서 피케팅과 함께 고성을 지르며 국회 정보위원장을 내려놓고 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학재 의원의 탈·복당을 바라보는 메시지도 출신 정당별로 온도차가 느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른정당 출신 정병국 의원은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 출신으로 탄핵에 동참할 때의 고뇌를 알고, 대선 때 걸어서 국토종단을 하며 뭔가 해보려 몸부림쳤던 것을 알기에 이학재 의원의 탈당만큼은 비난할 용기가 없다"며 "차라리 그 판단이 옳아서 그렇게라도 진정한 보수개혁의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솔한 표현이지만 바른미래당 내의 국민의당 출신들은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메시지라는 평도 나온다.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 출신으로서의 고뇌를 일단 알기가 어려울 뿐더러, 지난 대선 때의 국토종단도 유승민 후보의 선거운동이었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 선거운동을 펼쳤던 국민의당 출신들은 공감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당 출신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정보위원장은 원구성 협상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로서 바른미래당이 확보했고, 당이 이학재 의원에게 잠시 맡겨 행사하는 자리"라며 "정보위원장 자리는 반납하는 게 도리"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도 이학재 의원의 복당 전에 정보위원장 문제를 매듭지어줄 것을 부탁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자유한국당과의 공조 체제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날카롭게 경고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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