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규제 6개월…"대란 없지만, 점주 한숨 늘었다"
여전히 부작용 속출…종이컵 사용·인건비 문제
2008년 폐지된 컵 보증금 제도 내년 부활…실효성 의문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위해 커피전문점서 일회용 컵 사용을 전면 금지한 지 반년이 흘렸다. 기대 반 걱정 반의 분위기 속에 시행됐던 정책이 현장에선 예상보다 빨리 자리 잡고 있는 분위기다. 종종 목격됐던 고객들과 직원들의 실랑이도 없어지고 텀블러를 쓰는 고객도 늘었다.
다만 종이컵을 쓰는 소비자는 오히려 증가했고, 설거지 양도 늘면서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2002년 도입 후 명맥만 유지하다 2008년 슬그머니 폐지된 종이컵 보증금 제도를 내년 다시 부활하기로 해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13일 오전 서울 명동 일대 커피전문점.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반년이 넘어서면서 혼란을 겪었던 초기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졌다. 일회용컵 사용이 눈에 띄게 줄었고 대부분 매장의 사람들은 머그컵·유리컵을 사용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주문을 받는 직원들도 머그컵 사용을 권장하고 있었다.
소비자 의식도 개선됐다. 매장에서 자발적으로 머그컵·유리컵으로 주문을 하는 이용객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A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고객들에게 머그잔 사용을 설명해야 했지만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별도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머그컵에 달라고 하시는 고객들이 많아지며 일회용컵 사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이 오른 마당에 일회용품 사용까지 제한할 경우 당장 인건비 문제가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일수록 부작용은 더욱 컸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설거지를 한다는 생각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지원하려는 사람도 줄었다"면서 "식기세척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결국 사람이 다시 헹궈야 하기 때문에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내년부터는 상황이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일회용 컵 사용 금지가 자리 잡기도 전에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담아 가져갈 때도 보증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2002년 시행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실패한 정책 사례로 꼽힌다. 당시 컵 회수율이 37%로 저조했던 데다 보증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커지며 2008년 사라졌다. 당시 컵 보증금은 50∼100원이었다.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 왔다.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때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했다. 텀블러를 가져가면 음료 가격을 할인해주는 방안도 도입했다. 시행 초기 업계 혼란만 가중시켰다며 '반쪽규제'라는 논란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시범운영 절차나 다회용 컵 사용에 대한 정부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정부의 탁상행정만으로 정책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보호를 위한 좋은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정부가 이번 일회용품 단속에 따른 현장 분위기는 제대로 읽지 못하고 시범운영 절차나 다회용 컵 사용에 대한 정부 홍보도 이뤄지지 않은 채 규제만 밀어붙이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보증금액 책정은 물론 아르바이트생과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일회용컵 한 개에 50~100원의 보증금을 뒀으나 국민들의 참여율이 높지 않았다. 실효성 있는 보증금 금액으로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게 우선"이라면서 "최저임금이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만큼 아르바이트생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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