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단체 '징검다리 포럼' 창립식에 직접 참석
'정치인 김병준' 행보 본격화…대권 도전 염두?
"꿈이 있는 대한민국 만들자" 화두 제시하기도
외곽단체 '징검다리 포럼' 창립식에 직접 참석
'정치인 김병준' 행보 본격화…대권 도전 염두?
25일 임기 마지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외곽단체 '징검다리 포럼' 창립식에 직접 참석하며 퇴임 이후의 정치 활로를 열어뒀다.
김 위원장이 2022년 대권을 겨냥해 광폭 행보를 예고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소중한 자산' 중 한 명으로서 이런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와 "성급하다"며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신촌에서 열린 '징검다리 포럼' 창립식에 참석했다. 이날 오전 마지막 비대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고별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였다. 이 자리에는 주최측 추산 1300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식전 공연에 이어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과 함께 대담에 나선 김 위원장은 "이렇게 많이 참석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서서 인사를 한 번 드려야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청중을 향해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던 이 전 총장은 "이게 정치인과 학자의 차이 아니겠느냐"며 박장대소했다. '학자 김병준''정책실장 김병준'을 졸업하고, '정치인 김병준'으로 완연히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이 전 총장과의 대담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간 지속된 비대위의 성과를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개월 동안 비대위가 틈을 주지 않아, 정부·여당이 한국당을 세게 때리지를 못했다"며 "내가 말실수를 한 적도 없고, 비판을 할 때에는 대안을 가지고 비판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의 철학적 기반을 단단히 했고, 계파 논쟁을 줄였으며, 과거와 단절하는 의미에서 국회의원 21명이나 당협위원장을 맡지 못하도록 인적 쇄신도 했다"며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국민들이 지금 이 정도의 지지를 보내주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무현·문재인 전현직 대통령 평가 시간 가져
"꿈이 있는 대한민국 만들자" 화두 제시하기도
자신이 가까이에서 관계를 맺었던 노무현·문재인 전현직 두 명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본인의 생각이 굉장히 강할 뿐만 아니라, 논리구조도 갖춰져 있어 굉장히 강하다"며 "어떨 때에는 과격하게 표출을 해서 말썽이 나기도 하는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을 설명하면 따라가는 경향도 있다"고 회상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서는 "요즘은 말을 많이 하는데 옛날에는 말이 별로 없었던, 말하자면 '좋은 아저씨' 같은 사람"이라면서도 "사람 좋다는 게 좋기만 한 의미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이념주의자'라고 하는데, 이념주의자는 아니다"라며 "인권·평화·환경처럼 좋다고 하는 가치를 그냥 좋아하는 '정서'가 있는데 '왜 좋으냐' 하면 설명을 못하는 게 정서"라고 꼬집었다.
전·현직 대통령 두 명을 평가한 것은 마치 유비와 조조가 매화밭에서 천하 영웅들을 논했던 '논영회(論英會)'를 떠올리게 했다. 동렬에 있어야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듯이, 전현직 대통령의 장단점을 논하면서, 대권이라는 자신의 큰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관측이다.
대담이 끝난 뒤에는 어린이들이 단상에 올라와 '나도 어른이 되겠지'라는 동료를 합창했다. 합창을 마친 어린이들은 "김병준 아저씨 나와라"를 외쳐, 다시 김 위원장을 단상 위로 불러내는 등 치밀한 행사 준비가 엿보였다.
"손주들 나이인데 '아저씨'라 하니 젊어진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고 웃으며 연단에 오른 김 위원장은 "'나도 어른이 되겠지'라는 노래를 들으니,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우리나라가 과연 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희망을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저 아이들을 통해 그런 상황을 만들지 못한 어른으로서의 자책과 함께 미래에 대한 걱정이 겹친다"며 "저 귀여운 아이들이 마음놓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꿈이 있는 대한민국'을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자"고 외쳤다.
김 위원장의 외침과 함께 축포가 터지며, 단상 양쪽으로 '꿈이 있는 대한민국', '함께 만들어가자'는 펼침막이 펼쳐졌다. 대권 행보에의 뜻을 드러낸 행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참석자 테이블서 호응 제일 뜨거워
지역에선 대구 수성갑 총선 출마 요구 나오기도
비대위원장 임기 마무리를 하루 앞둔 김 위원장은 보수 성향의 주요 매체와 인터뷰를 가지며, 향후 정치 행보에 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도전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나라가 이렇게 가서 되겠느냐. 바꿔야 한다는 욕심은 있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오전에 있었던 고별 기자간담회에서도 "향후 행보 관련 총선이나 대선에 대해서는 지금은 정말로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우리나라가 가진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상태가 너무 답답하다. 이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무엇이든지 해나갈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와 관련, 2022년 대권 도전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의 측면에서 2020년 총선 출마설이 당 안팎에서는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연고가 대구·경북인 만큼 'TK 정치 1번지' 대구 수성갑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경북 지역의 한국당 의원은 "대구 수성갑에 나가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김-김 대결'로 여론의 초점을 집중시키는 게 좋다"며 "총선에서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를 꺾으면, 자신의 체급이 자동적으로 대권주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출생지인 경북 고령·칠곡·성주 등 '쉬운 지역'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고별간담회에서도 "비대위원장까지 한 사람으로서 손해를 보거나 희생해야 할 일이 있으면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구 수성갑은 한국당의 '새로운 험지'여서 명분도 뚜렷한데다, 카운터파트너의 '체급'도 안성맞춤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징검다리 포럼' 창립식에서도 김 위원장이 시작에 앞서 일일이 테이블을 돌며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눌 때, 대구·경북 지역 참석자들의 테이블에 닿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기립하며 박수를 보내는 등 호응이 가장 뜨거웠다.
이같은 호응에 김 위원장도 "고향이라 이렇게 해주시나보다"라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대권 전에 어떤 식으로든 대구·경북의 정치적 기반을 분명히 다지려는 사전 정지 작업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한편 이틀 뒤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새 지도부 출범으로 당권 인계·인수라는 마지막 소임을 마치기도 전에, 외곽단체 창립식을 갖고 직접 참석까지 한 것은 조급함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이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본인의 사조직 행사를 여는 경우가 어디가 있느냐"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우경화 논란이 일면서 '역(逆)컨벤션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권 도전을 위한 외곽포럼을 창립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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