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충전하고, 멀리 달리고, 미세먼지 정화까지
“전기차와 수소차 서로 보완하며 함께 발전해야”
금방 충전하고, 멀리 달리고, 미세먼지 정화까지
“전기차와 수소차 서로 보완하며 함께 발전해야”
친환경 미래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에너지가 산업계의 큰 화두로 등장했다. 정부는 수소에너지를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고,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 현대자동차그룹은 ‘FCEV 비전 2030’을 내놓으며 보조를 맞췄다. 하지만 수소 수급 문제, 수소차 개발로 인한 전기차 개발여력 분산, 안전문제 등 수소산업과 관련된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수소경제 ‘퍼스트 무버’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지금 전 세계적 대세는 전기차(EV)인데, 왜 우리 정부와 현대자동차는 수소차(FCEV)에 힘을 쏟을까. 수소차 개발에 여력이 분산돼 전기차 분야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대차그룹의 ‘FCEV 비전 2030’,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러한 의문을 제기한다.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쪽이 수소차이다 보니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나 업계 모두 어느 한쪽에 ‘올인’을 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어가고 친환경차 시대가 도래 하는 이상, 전기차와 수소차는 둘 중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새로운 모빌리티의 양대 산맥이라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연구개발(R&D)은 적정한 수준으로 전기차와 수소차에 배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자동차가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에 궁극적으로는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단점을 보완하는 체제로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공통점을 가질 뿐 작동방식부터 전혀 다르다. 전기차는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시켜,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만들어’ 각각 모터를 구동한다.
쉽게 말해 전기차는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처럼 내장된 배터리를 충전해 전기를 만드는 것이고, 수소차는 차 안에 발전기를 들여놓고 그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생성한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소차는 엄밀히 말해서 ‘수소 전기차’다.
높은 기술 수준을 요하는 수소차는 이제 막 양산을 시작하는 단계지만, 전기차는 어느 정도 기술의 진일보를 이뤄 세계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판매 모델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전기차는 수소차에 비해 더 많이 팔리고 있으며 충전인프라 구축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그러나 전기차는 짧은 항속거리와 긴 충전시간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전기차의 1회 충전시 항속거리는 보통 300~400km에 불과하며, 급속충전을 한다 해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배터리 기술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고는 하나, 내연기관 차량과 동등한 수준의 항속거리는 불가능하다. 고가의 재료비와 차량 무게 문제 때문에 대용량으로 배터리를 무한정 탑재하는 것도 어렵다.
이에 비해 수소차는 기존 내연기관과 비슷한 3~5분의 충전시간만 필요하고, 일회 충전만으로도 주행거리가 600km에 달한다. 내연기관에 비해 두드러지는 전기차의 단점이 수소차에는 없는 셈이다.
또한 긴 주행거리를 위해 차량 무게를 줄여야 하는 전기차에 비해 버스·트럭 등 대형화에도 유리하다. 전기버스, 전기트럭은 현재 기술로는 경쟁력이 없지만, 수소버스는 이미 서울과 울산 시내를 중심으로 운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소 모빌리티는 기차와 선박 시장 진출까지 논의가 진행중이니 ‘크고 무거운 이동수단에는 수소’라는 공식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여기에 수소차만의 강력한 장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공기 정화능력’이다. 수소차가 전기를 생성하는 과정 중 배출하는 것은 순수한 물 뿐이다. 또한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기 중에 있는 초미세먼지(PM2.5)를 99.9% 이상 제거해 '달리는 공기청정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고 2020년부터 자동차 선도업체들은 현재보다 40% 정도 더 엄격해진 연비규제에 의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향후 자동차시장이 친환경 차량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수소차는 진정한 친환경차의 대표주자가 될 것이다.
반면 수소차의 단점은 높은 차량가격과 충전소 구축비용이다. 차량 가격이 높은 것은 연료전지 스택 등 핵심 부품의 재료비가 고가이며 높은 기술력에 따른 개발비용 등에 따른 것이다. 현재까지는 정부의 수소차 보조금으로 실제 구매금액은 많이 줄어들게 된다.
궁극적으로 정부는 2025년까지 연 10만대의 상업적 양산체계를 구축해 수소차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수소충전소 1기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이 30억~40억원 수준으로 매우 높다는 지적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충전소 1200개소를 세우겠다고 했다. 이에 드는 비용은 3조원을 훌쩍 넘는다.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1200개소를 한번에 세우면 3조6000억원 가량이 드는데 이는 1년치 정부 예산(약 470조원) 중 0.7%에 그친다”며 “이를 계획대로 22년에 걸쳐 나눠 진행하면 매년 0.03% 수준의 예산만 쓰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와 수소차를 이분법화해 논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두 친환경차 모델은 함께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하며, 정책 배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은 “전기차와 수소차는 각각 완벽한 차가 아니다. 두 차가 양립해 보완적으로 함께 발전하는 것이 옳다”며 “하나의 선택지에 올인 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가져가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수소차 기술은 세계 선두권에 있고 향후 수소차의 국제표준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가능성도 높다”며 “산업적 육성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이기에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육성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 역시 “(연구개발과 양산화가) 앞으로 수소차로 가야하는 것은 맞다. 현재 전 세계는 전기차로 가고 있지만, 그 단계를 지나면 수소차로 넘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독일 등 자동차 명가들도 아직 양산화를 하지 않았을 뿐 기술구축은 모두 끝난 것으로 안다”며 “수소차의 안전성·기술적인 부분들은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훗날 전 세계 수소차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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