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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사고원인 하나가 아니다”…서로 다른 조건서 모두 화재 발생


입력 2019.05.07 06:00 수정 2019.05.07 06:06        조재학 기자

ESS 제조‧설치‧운영 등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

전문가 “시설기준 미비 등 안전관리 허점 드러나”

산업부, 화재 원인 발표 6월로 또 미뤄...업계 ‘울상

ESS 제조‧설치‧운영 등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
전문가 “시설기준 미비 등 안전관리 허점 드러나”
산업부, 화재 원인 발표 6월로 또 미뤄...업계 ‘울상’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5시 30분께 강원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한 태양광 발전설비 ESS에서 불이 나 119 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잇달아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ESS 제조부터 설치,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반적 부실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ESS가 배터리, 전력변환장치(PCS),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시스템통합(SI)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돼있어 화재원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원인규명 과정에서 시설기준 미비 등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서다.

특히 최근 ESS 화재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실증시험 결과 서로 다른 조건에서도 모두 화재가 발생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6월 초 정확한 화재 원인과 함께 안전대책, ESS 산업 생태계 육성방안을 동시에 발표한다. 앞서 정부는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조사위원회)’를 꾸려 ESS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이날 산업부는 고창과 정읍 실증시험장에서 화재로 이어지는 결과가 발생했고, 실제 화재사고와 유사한 상황이 관측돼 정밀 조사‧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위원회는 지난 2017년 8월 전북 고창전력시험센터에서 처음으로 ESS 화재가 보고된 후 현재까지 발생한 총 21개 사고를 유형화하고, 업계 의견도 반영해 ESS 구성품과 시스템에 대한 실증시험하고 있다.

고창과 정읍 실증시험장에서 각각 다른 조건의 시험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창은 배터리 외부에서 단락과 지락이 발생하는 경우를, 정읍은 내부에서 단락과 지락을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시험했다.

이귀현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과장은 “고창과 정읍 실증시험장에서 구성품 단위와 시스템 단위로 실증시험을 하고 있다”며 “고창과 정읍 실증시험장은 서로 다른 조건에서 시험을 했고, 모두 화재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조사위원회는 제기된 원인가능성을 망라해 총 76개 시험‧실증 항목을 설계하고 이중 53개 완료된 상태다.

조사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배터리, PCS, SI 등 개별시험을 중심으로 진행해왔다. 향후 배터리, PCS, SI 등으로 구성된 ESS 시스템에 대한 시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조사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배터리, PCS, SI 등에 대한 개별시험을 마쳤고, 앞으로 종합적인 ESS 시스템에 대한 시험을 진행할 것”이라며 “국내에는 배터리, PCS, SI 업체가 제각각이라서 마치 ‘2인3각’처럼 유기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SI업체에 대한 시설기준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ESS 화재사고에서 시설기준 미비 등 정부의 안전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의 취약점인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ESS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다가 안전기준 마련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산업부가 지난 2일 ESS 설치기준 개정, ESS KS표준 제정, ESS 구성품 KC인증 도입 등 ESS 안전강화 방향을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조사위원회 관계자는 “원인은 다양할 수 있지만, 화학적 반응으로 인한 발화는 배터리에서 시작된다”며 “ESS 시설기준이 미흡해 화재를 막기에는 보호시스템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ESS업계 관계자는 “ESS를 관리하지 않고 태양광 단지와 같이 내팽개친 곳도 많고, 운영관리기술 수준도 업체별로 하늘과 땅 차이”라며 “온도, 습도, 충전량 등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특히 발화로 이어지는 화학적 반응에 관한 이상데이터를 바로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말부터 전국적으로 발생한 ESS 화재가 발생한 이후 정부의 화재원인 조사발표가 늦어지자 ESS업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ESS 출고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어서다.

ESS 화재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LG화학은 1분기 전지 사업부문에서 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으로 적자를 냈다. 설비 점검과 가동손실 보상 등에 따른 충당금 800억원과 국내 출하 전면 중단에 따른 손실 400억원 등 ESS 관련 기회손실이 1분기에만 1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SDI는 30일 공시를 통해 1분기 영업이익이 1188억원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52.2%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대형 전지 사업부문에서의 국내 ESS 수요 부진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귀현 과장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3월 또는 5월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며 “사고 건수가 21개에 달하고 ESS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또 화재발생시 전소되는 특성이 있어서 사고원인을 과학적으로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데에는 상당간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김정훈 조사위원장(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화재원인 발표시기를 못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이번에 6월초로 발표시기를 명확히 밝힌 이유는 원인규명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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