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해외파견 노동자가 사회 변화시켜…정권 20년 못가"
파견 노동자 철수시 통치자금 고갈…고위층 불만 자극하나
태영호 "해외파견 노동자가 사회 변화시켜…정권 20년 못가"
파견 노동자 철수시 통치자금 고갈…고위층 불만 자극하나
해외에 파견됐다가 돌아온 북한 노동자들이 '외부세계의 소식'을 북한사회에 들고 들어오면서 김정은 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통치자금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해외 노동자 파견을 중단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지난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2019 오슬로 자유포럼'에서 "김정은 정권이 20년 이상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완전히 확신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젊은 세대들이 외국에서 들어오는 영상물 등을 통해 외부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국가가 주입하는 이데올로기에 관심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외에 파견됐다가 돌아온 노동자들이 자본주의·자유·인권 등에 대한 개념을 배워 오면서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개최된 한반도 정세 관련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해외 곳곳에 북한 노동자가 10만명 이상 나가있고, 합법적으로 해외 출장을 다니는 노동자가 연 2~3만명에 달한다"며 "이들이 해외 공항에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중고 스마트폰을 구입해 한국의 언론보도를 읽는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체면 손상을 무릅쓰고 하노이 회담 결렬 사실을 열흘 만에 보도한 이유는 해외 보도와 괴리감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며 "이는 김정은 체제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해외 노동자들에 의한 외부 정보 유입을 막는 방법은 해외 노동자 파견을 전면 축소하거나 금지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압박으로 수출이 꽉 막힌 상황에서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인 노동자 파견마저 포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지탱과 체제선전을 양쪽에 두고 난감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10만명의 근로자를 통해 연간 5억 달러(한화 약 59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국제무역센터가 추산한 북한의 지난해 수출 총액 2억8000만 달러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의지와 무관하게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따라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오는 12월까지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물려받은 40억 달러의 통치자금이 10억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는 추측이 무성한 상황에서 이 조치는 자금 고갈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북한의 경제가 파탄 나고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있다. 다만 통치자금 고갈과 그에 따른 고위층의 불만 확산은 김정은 체제에 보이지 않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통치자금이 고갈되면 시장에 부과하는 '사실상의 세금'을 올려서 메워야만 한다"며 "북한 시장의 배후에는 고위관료들이 있고 그동안 김 위원장과 암묵적 동업 관계를 맺었지만, 이것이 깨지는 것이 북한의 중대한 체제불안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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