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지금 일본 언론에선] 韓 개인청구권 인정 못하는 이유…"北 배상 문제까지 걸려"


입력 2019.07.25 02:00 수정 2019.07.25 05:47        이슬기 기자

日 3대 일간지, ‘한국이 외교 상식 부정했다’는 데 일치된 인식

“3억 달러 무상 공여에 사실상 배상금 포함돼”

韓판결은 ‘판도라의 상자’…“인정하면 전후처리 끝없을 것”

日 3대 일간지, ‘한국이 외교 상식 부정했다’는 데 일치된 인식
“3억 달러 무상 공여에 사실상 배상금 포함돼”
韓판결은 ‘판도라의 상자’…“인정하면 전후처리 끝없을 것”


13년을 끌어 온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최종 선고가 내려지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들과 이춘식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일본의 한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이어진 상황에서 일본 언론들은 ‘한국이 1965년 맺은 한일청구권 협정을 뒤집었다’는 일치된 인식을 보였다.

日 3대 일간지 “한국이 외교 상식 부정”

일본의 3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치 신문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전하며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뒤집어 외교 상식을 부정했다’고 평가했다.

중도 성향으로 알려진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19일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이 한국에 무상 공여 3억 달러, 장기 저리 대출 2억 달러의 경제 협력을 실시한다고 정하는 한편, 한일 양국 및 그 국민간의 재산, 권리, 이익, 청구건에 대한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했다”며 “일본이 공여한 5억 달러는 사실상 배상이나 다름없다”고 썼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6월 사설을 통해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했다”며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위반한다며 처리를 요구해도 문재인 정부는 아무런 뒷수습을 취하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24일에는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해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이 22~23일 실시한 일본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반도체 부품의 수출 관리를 엄격화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지지한다고 답한 사람은 71%로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 17%를 크게 웃돌았다.

일부 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위해 양국의 조약을 뒤집었다는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 연구자인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 정권은 ‘친일 보수 기득권 세력’이 일본 식민지 지배의 합법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국교를 정상화했다고 생각한다”며 “문 정권에게 한일협정은 적폐 청산의 대상”이라고 했다.

韓, 외교 마찰 피하려 했는데…文정권 들어 결국 터져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1965년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하며 맺은 한일청구권 협정이다. 청구권협정은 일본이 한국에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의 경제협력 자금을 제공하고, 양국의 청구권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 명령을 내리면서 외교 마찰이 빚어졌다. 한국은 국가가 개인의 청구권을 대신 소멸시킬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 조약으로 배상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한일청구권협정 문제를 외교 마찰로 비화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는 7개월에 걸친 검토 끝에 ‘한일 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자금 3억 달러에 강제징용 보상금이 포함됐다고 본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개인 청구권은 살아있지만 65년 협정에 따라 행사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이는 2012년 김능환 전 대법관이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을 내리며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썼다”는 소회를 밝힌 까닭이기도 하다. 김 전 대법관은 이 판결에서 ‘한일 협정이 있다 하더라도 개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 판단을 내렸다.

이후 한국 외교부는 대법원에 의견서를 보내는 등 ‘사법 자제’를 요청해왔다. 이에 대법원은 5년 넘게 판결 확정을 미뤄오다 지난 2018년 10월 김명수 대법원이 이 판결을 확정했다.

日에게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판도라의 상자’

그러나 일본 언론들의 보도를 분석해보면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이번 배상 판결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라는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 조약이 청구권협정과 별개라는 한국 대법원의 입장을 인정하게 되면 2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를 끝없이 되풀이하게 되는 출발점이 될 거라는 인식이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면 다른 분야에서도 식민지 지배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이는 일본이 비교적 소액인 배상 판결에 강경 대응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대법원이 내린 3건 판결의 배상 금액은 일본제철 4억원, 미쓰비시중공업 2건 합계 9억6000만원으로 총 13억6000만원이다.

마이니치는 또 이 문제가 북한의 배상 문제로까지 확장될 것을 우려했다. 북한은 1945년 일본이 패망한 뒤 전쟁배상을 해결하지 못한 나라다. 신문은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 따라 국교 정상화 교섭이 시작되면 일본은 한국과의 협상을 ‘모델’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런데 한일청구권협정이 흔들리면 북한에 대한 사실상의 배상 금액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