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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일 프레임 끌고 가기엔 내년 총선 너무 멀다


입력 2019.08.07 04:00 수정 2019.08.07 06:05        이슬기 기자

與, 총선에 유리한 '반일 프레임' 반복

野, '친일' 낙인 피하기 위해 동참

8개월 뒤 선거선 '반일' 힘 잃을 것

與, 총선에 유리한 '반일 프레임' 반복
野, '친일' 낙인 피하기 위해 동참
8개월 뒤 선거선 '반일' 힘 잃을 것


서울 중구청이 6일 오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서울 중구 전역에 설치한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배너가 펄럭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 중구청이 6일 오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서울 중구 전역에 설치한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배너가 펄럭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여야 모두 '반일'을 목 놓아 외치는 형국이다. 여당에는 '반일 프레임'이 내년 총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야당으로선 반일을 외치지 않으면 친일이 되는 정치적 위험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한일 갈등을 '제2의 독립운동'으로 규정하고 총력 여론전에 나섰다. 6일엔 원내대표회의실의 백드롭(뒷걸개)을 '독립'이라는 글씨와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반일 메시지를 내놓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단순히 반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도 언급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신뢰하지 못한다는데 군사 정보를 공유하냐'는 논리다. 설훈 최고위원도 "정부는 당장 지소미아부터 파기하라"고 했다.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응특위 위원장은 한술 더 떠 도쿄를 포함해 일본을 여행 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행금지국은 소말리아 등 방문이 위험한 7개국에 한정돼있다. 여권법에 따라 도쿄를 방문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겠다는 얘기다.

이재정 대변인도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굴욕적이고 졸속적인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으로 그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며 1965년 한일협정 폐기를 주장했다.

민주당의 반일 발언은 '갈등 지향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행보가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을 노린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이같은 취지의 보고서를 내놓으며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자유한국당도 반일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민경욱 의원이 대표적이다. 민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도는 우리 땅이다, 이 미친 또라이 일본놈들아!"라는 내용의 원색적 비난 글을 게재했다.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국당 의원들은 반일 행렬을 방관하듯 지켜보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말 '한국당이 친일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한국당 한 보좌관은 "괜히 일본 얘기를 꺼냈다가 지역구에서 민심을 잃을까 다들 두려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본과 싸우자'는 정치권의 메시지가 내년 총선까지 정치적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8개월이라는 기간은 선거판이 몇 번 뒤집어지고 엎어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전에 '반일'을 넘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금의 지지는 실망으로 돌아올 수 있다. 현재 집권여당에 그런 마스터플랜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때다. 친일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조바심을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프레임에 갇히더라도 8개월의 시간이 있다. 이 시간 동안 국민의 삶이 어떻게 바뀔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 된다. 그 정도의 능력이 없다면 현 정권을 향해 국정운영이 부실하다고 비판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모습'은 위기 속에서 보수당이 빛날 수 있는 강점이다.

이슬기 정치사회부 기자 ⓒ데일리안 이슬기 정치사회부 기자 ⓒ데일리안
국민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8개월간 '반일'만 외칠 국민은 흔치 않다. 모두 각자의 삶이 있고, 정치권의 싸움이 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는 현명한 유권자들이다. 8개월 뒤 국민들의 판단기준은 '누가 반일을 더 강하게 외쳤나'가 아니다. '누가 위기를 잘 해결하고 국민들을 풍요의 길로 이끌었는가'가 기준이 되지 않을까.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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