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 임상3상 분석 실패, 그러나 도전은 계속
아직 남아있는 신약 후보물질 많아 지나친 비관은 금물
헬릭스미스 임상3상 분석 실패, 그러나 도전은 계속
아직 남아있는 신약 후보물질 많아 지나친 비관은 금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신라젠의 ‘펙사벡 쇼크’에 이어 헬릭스미스마저 임상 수행 과정에서 미흡함을 보이자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좌절감으로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현재 임상3상을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기업들과 바이오업계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애초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VM202-DPN)’의 미국 임상3상 톱라인(topline) 데이터를 이번주 중 공개할 예정이었다. 엔젠시스 개발에 성공할 경우 10조원에 달하는 치료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 임상 3상 간이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일부 환자에게서 위약(가짜약)과 치료물질 약물 간 혼용이 발견됐다고 23일 공시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24일 오전 여의도 NH투자증권에서 엔젠시스 미국 임상 3상과 관련한 긴급 설명회를 열고 “지난주 약력학 데이터에서 중대 결함을 발견했다”며 “약물 혼용이라는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져 실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3상 분석 실패 원인을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병원에서의 잘못된 투여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시험 참가 대상을 임상2상보다 2배 많은 500여명 규모로 늘리면서 운영·관리 기준에 미흡한 병원이 일부 포함된 것 같다는 설명이다.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엔젠시스 당뇨병성신경병증첫번째 임상3상 결과 안전성은 확인됐으나 엔젠시스를 맞지 않아야 할 환자에게서 엔젠시스가 검출돼 약물 유효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엔젠시스의 비교 대상으로 지정된 가짜약 투여군 환자의 혈액에서 엔젠시스가 검출됐으며, 엔젠시스 투여 환자군에서는 약물 농도가 지나치게 낮은 경우가 나왔다.
실제 가짜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 가운데 혈액에서 엔젠시스가 검출된 사례는 총 36건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엔젠시스를 맞아야 하는 환자군 중 엔젠시스의 성분이 저농도로 나타난 경우는 32건이었다.
김 대표는 “단정할 수 없지만 임상기관(병원)에서 약물이 혼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가짜약 환자군에서 엔젠시스 농도가 높은 환자들 중 첫 투약 후 90일째에 통증이 감소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엔젠시스 임상시험은 ‘이중맹검’ 방식으로 환자도 자신이 맞는 약이 가짜인지 엔젠시스인지 알 수 없고, 투여하는 의료진도 알 수 없다. 약물 효과와 안전성 평가에 과학적 객관성을 더하기 위해 컴퓨터 시스템이 각 임상시험기관마다 약물을 섞어 무작위로 배정하기 때문이다.
임상 3상 데이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요인은 컴퓨터 시스템이 무작위 배정 코드에 혼선을 빚어 데이터 분류를 잘못한 것과 병원에서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할 때 잘못 바꿔 사용했을 가능성이 꼽힌다.
헬릭스미스는 다시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번째 임상은 첫번째 임상 결과 분석에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참여 환자 기준을 강화하고, 환자 수를 줄이고, 추적관찰기간을 6개월 단축하는 식으로 설계하기로 했다.
앞으로 6개월 내에 시작해 2021년 말 또는 2022년 1분기 내에 모두 종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FDA에 신약허가신청을 하는 목표일도 당초 2020년에서 2021년으로 연기된다.
올해 남은 건 메지온, 실망하기엔 아직 일러
잇따른 임상3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신약개발 전반에 실망하거나 좌절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신약개발 실패 경험은 성공적인 신약개발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상3상을 진행하거나 준비 중인 신약후보물질이 남아있는 만큼 과도한 우려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메지온은 오는 11월 16일 미국심장학회에서 희귀심장병 치료제 유데나필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다.
좌심실과 우심실 중 단 하나만 존재하는 선천성심장질환 치료제인 유데나필은 폰탄수술(우심방-폐동맥 우회술)을 한 단심실환자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의 성분명이기도 한 유데나필은 최근 임상 3상을 끝냈다.
이 외에 한올바이오파마(안구건조증 치료제), 강스템바이오텍(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등도 국내외 임상 3상 결과를 연말쯤 공개할 예정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유례없는 일이라 업계나 투자자들의 충격이 큰 것 같다”면서도 “헬릭스미스가 임상과정에서 중대 오류를 범했지만 임상에 실패한 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임상3상에 가까워진 국내 바이오기업들과 연내 임상3상 결과 발표를 앞둔 메지온에 희망을 걸어보되 과도한 기대나 좌절은 좋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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