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보다 '스토리', 검증보다 '흥행'에 주목
검증 시작되자 '와르르'…'미투' 원종건 타격 커
민주당의 '깜짝쇼' 결국 악재 되어 돌아왔다
21대 총선 인재영입 경쟁에서 앞서가는 듯 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인재발 위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약자를 대변했다'며 호의적 평가를 받던 민주당 영입 인재들이 '미투' 의혹과 논문 표절, 스펙 창업 등 다양한 구설에 휘말리면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안팎에서는 '이벤트성'에 집중해온 민주당의 인재영입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는 그동안 영입 인재와 관련한 전문성보다는 '스토리와 감동', 검증보다는 '흥행'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인재영입의 흥행을 위해 '철통 보안'을 유지해 인재 영입 '깜짝 쇼'를 성공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취지다.
인재영입에 관여하는 한 민주당 인사는 "인재영입은 작품"이라고 했다. 또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20대 총선에서는 실제 네이버 검색을 통해 호남이면 호남, 여성이면 여성 등 몇 가지 주요 키워드를 검색해 추려내는 식으로 영입인재풀을 만들었다"며 "언론이나 SNS 등에서 화제가 된 인물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를 1순위로 봤고, 언론에 깜짝 보도되도록 보안을 2순위로 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입인재가 누구인지 왜 미리 확인해주지 않느냐'는 기자들이 질문에는 "언론이 미리 알면 취재를 해서 우리 당이 원하는 주제로 기사가 안 나간다"며 "우리가 원하는 헤드라인으로 나가려면 언론에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발표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영입인재 15명 중 7명이 '스토리셀럽형' 인재
'이벤트성' 강조한 영입 기조, 결국 악재 됐다
이같은 인재 영입 기조 하에 민주당의 영입인재들은 당의 의도한 '스토리'대로 언론에 소개됐다. 그동안 영입된 인재 15명 중 절반에 달하는 7명이 이른바 '스토리·셀럽형' 인재였다.
'척수 장애를 극복한 전 발레리나' 1호 최혜영 강동대 교수, '전국민을 울린 '눈을떠요' 효자소년' 2호 원종건 씨, '30대 청년 소방관'으로 유명세를 탄 5호 오영환 씨, '경력단절을 극복한 워킹맘' 6호 홍정민 로스토리 대표, '축구클럽 교통사고로 아들 김태호 군을 잃은' 12호 이소현 씨, '실패에 굴하지 않는 청년 창업가' 14호 조동인 미텔슈탄트 대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실제 모델 15호 임오경 전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 감독 등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이같은 인재영입 관행이 결국 '악재'가 되어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20대 남자'이자 2호 인재였던 원종건 씨의 '미투' 의혹은 상징적이다. '효자 청년'으로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있던 원 씨는 정치인이 되려다 전 여자친구의 미투 폭로로 성폭행 의혹을 받게 됐다.
5호 인재 오영환 씨는 '조국 사태'에 대해 "모든 학부모들이 그 당시에 관행적으로 해온 그런 행위들을 너무 지나치게 부풀렸다"고 해 많은 비판을 샀고, 11호 인재 최기일 건국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는 논문 표절, 14호 인재 조동인 대표는 '스펙용 창업' 및 '철새 청년' 의혹을 각각 받았다.
특히 13호 인재 이수진 전 부장판사는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스스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없는 것으로 전해져 물의를 빚고 있다. 2013~2017년 법원행정처가 정리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에 이 전 부장판사의 이름이 없을 뿐더러, 세 차례의 법원 내부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에서도 이 전 부장판사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자 관련 논란 및 의혹을 최대한 해명했지만 '민주당 영입인재들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부정적 평가까지 피하진 못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언론의 주목을 받아야 인재영입이 성공한다는 생각이 앞선 것"이라며 "철학 없는 인재 영입 경쟁이 이같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