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손 이틀 연속 상한가...CJ ENM도 5% 넘게 상승
"단기 테마 추종 유의"…글로벌 제작 능력 등에 주목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면서 콘텐츠 관련주에 대한 시장 재평가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 영화 경쟁력이 입증된 만큼, 관련 종목들의 성장 모멘텀이 자극받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K-콘텐츠의 글로벌 저변 확대에 주목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는 종목으로 투자 대상을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영화 ‘기생충’의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E&A)는 전장 대비 23.90% 오른 2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19.25% 오른 뒤 이틀째 급등 마감이다. 바른손이앤에이가 최대주주인 계열사 바른손도 10일 가격제한폭(29.88%)까지 치솟은 데 이어 이틀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CJ ENM도 2.70% 상승한 15만2300원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CJ ENM은 10일에도 2.35%% 올랐다. 영화에 투자한 밴처캐피털사 컴퍼니케이니 역시 10일 5.80% 뛰어오른 후 이날도 10.82% 상승한 8090원으로 장을 마쳤다.
영화 ‘기생충’의 수상 소식은 타 영화·콘텐츠 기업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영화 배급사인 쇼박스와 콘텐츠 제작사인 키이스트는 이틀 동안 각각 약 7%, 3%씩 올랐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개최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필두로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아 아카데미 92년 역사를 뒤집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한 것도 역대 두 번째다.
오스카 효과는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생충’은 전 세계 총 202개국에 수출됐고 현재까지 62개국에서 개봉했다. 지난해 10월 11일 북미에 개봉해 지금까지 3500만 달러(약 414억 원)의 극장 수익을 거두며 역대 외국어 영화 흥행 6위 성적을 올렸다. 해외 개봉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또 ‘기생충’은 미국 HBO 방송의 TV 시리즈로도 리메이크된다. 봉준호 감독과 CJ가 할리우드 감독 아담 맥케이와 손잡고 개발에 참여한다.
그러나 이슈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투자에 주의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접적인 관련주들의 경우, 최근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국제 영화제 수상 일정과 함께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바른손이앤에이는 작년 5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주가가 장중 3285원(5월 31일)까지 올랐다. 이후 두 달 뒤엔 1275원(8월 6일)까지 하락해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가 아카데미 수상 기대가 커지자 반등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실적도 오스카 호재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평가다. 바른손이앤에이는 지난해 연결 영업손실 183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기생충 등 영화 매출이 2018년에 주로 발생해 지난해 실적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친 탓이다. CJ ENM도 광고 부진과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 파문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음악 부문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선 SK증권 연구원은 “CJ ENM은 영화 부문 작년 1~3분기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 흥행 대비 4분기가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기생충’ 추가 이익 기여 기대는 가능하다”면서도 “광고시장 및 미디어 부문 회복이 리레이팅(상향조정) 전제 조건”이라고 짚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생충’의 오스카 쾌거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감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최근 글로벌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4분기 투자자 레터에서 한국 콘텐츠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강력한 투자 의지를 표명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생충'의 해외 수출이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져 온 만큼, ‘기생충’ 관련 실적 업사이드는 크지 않지만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에 유효하다는 점이 지속 증명돼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의 글로벌 제작사로의 리레이팅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기생충’의 투자배급사이자 HBO 드라마 리메이크에 참여할 CJ ENM ▲올해 미국 법인을 설립해 tvN 드라마 ‘라이브’ 미국향 리메이크를 진행할 스튜디오드래곤 ▲넷플릭스와 바인딩 계약을 진행한 제이콘텐트리 ▲킹덤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에이스토리 등의 수혜를 기대했다.
K-콘텐츠가 여전히 성장 초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간 K-콘텐츠는 일본·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K-팝,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가는 K-드라마가 성장의 주축이었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K-콘텐츠의 수요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있고 음악, 드라마, 영화로 장르를 확장하고 있는 상태”라며 “세를 확장해 나가는 한국 콘텐츠의 성장 모멘텀이 무궁무진하다는 관점에서 국내 콘텐츠 관련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