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 속 직원 확진자 발생...추가 악재될까 '전전긍긍'
급여반납·무급휴가 등 고강도 자구책에도 불확실성 여전
회복불능 두려움 커져...발등에 떨어진 불 끌 긴급처방 필요
항공업계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수요 급감 속에 직원 확진자까지 발생하면서 악재 도미노에 휘청이고 있다.
생존의 기로에서 사표제출·급여반납·희망휴직 등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추가 악재로 인한 회복 불능의 두려움에 빠지고 있는 양상으로 정부의 지원 대책은 상황 인식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대한항공 한 객실승무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항공기내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항공기는 가열 멸균된 공기를 헤파(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를 통해 기내에 공급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안전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항공기 엔진을 거쳐 기내로 유입되는 외부 공기는 엔진 압축기를 통과하며 압축돼 완전한 멸균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또 운항 중 엔진을 통해 새로운 공기가 유입되고 내부 공기는 항공기 외부로 배출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내가 2∼3분마다 환기되는 데다 객실 내 공기가 구역별로 수직으로 흐르는 이른바 '에어커튼' 방식이어서 기내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이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기내 감염이 확인될 경우 기내에서는 바이러스에 안전하다는 정설도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해당 승무원이 인천~텔아비브 노선에도 탑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러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천~텔아비브 노선은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참여했다가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은 천주교 안동교구 신자들이 이용한 노선이다. 아직 감염 경로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해당 승무원이 같은 항공편에 탑승했다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내 감염이 현실화될 경우, 불특정 다수인 승객간 감염뿐만 아니라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객실 승무원의 감염으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줄어들 대로 줄어든 항공 수요가 추가로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항공사들의 시계 제로의 경영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선 운항 중단 및 감편에 이어 사표 제출, 급여 반납, 무급 휴가 등 비용절감을 위한 고강도 특단의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악재는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 항공사들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누적된 경영환경 악화로 현재도 그로기 상태인데 추가 악재가 발생하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미 전 항공사가 고강도의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태로 더 내놓을 카드가 없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지원 대책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항공업계에 3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공항시설이용료를 면제하거나 낮추면서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회사가 먼저 자구안을 최대한 시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고 자금 지원에 최소 3개월이 소요돼 심폐소생술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상황인데 정부의 대책은 이러한 시급성에 대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항공사들의 경영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