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기재부에 추경안 증액 압박
해임가능성 언급되자 홍남기 발끈
文 "앞으로도 잘해달라"며 달래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경안을 두고 당정간 파열음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해 달라”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달래면서 일단 파국은 막은 형국이다. 하지만 이는 여당과 기획재정부 사이 갈등이 그만큼 첨예했음을 알려주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시작은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전해지면서다. 발언은 지난 11일 선대위 등 당 조직을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로 재편하는 논의가 있었던 비공개 최고위에서 있었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 대표가 해임건의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강한 톤의 질책 같은 건 있었다”고 인정했다.
홍 부총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경제의 모멘텀과 힘을 키우고자 총력을 다해왔고, 특히 이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 (불거졌다)”면서 “혹여나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으로 비춰질까 걱정”이라며 그동안 쌓인 울분이 적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의 역할은 확장재정을 하려는 정권을 제어하는 쪽에 가깝다보니,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정권과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직후 추경을 실시한 데 이어 매년 ‘확장재정’을 강조하며 기재부를 압박했었다. 기재부는 확장재정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 이내’라는 관례를 내세워 버텼다.
하지만 이마저도 위태위태했다. 지난해 4월 개최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를 GDP의 40%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하자 문 대통령은 “OECD 국가채무비율 평균이 100% 이상인데 왜 우리만 40%를 고수하느냐”며 따져물었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자 홍 부총리는 일주일만에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40%를 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한 발 물러난 바 있다.
기재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지출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재부는 5년 단위로 지출규모를 예상하는데 2017년 예산안까지는 큰 변화없이 계획대로 편성되는 흐름을 보인다.
예를들어 2011년도에 예상한 2015년 예산안이 373조원 규모였다면, 실제 편성된 2015년도 예산안도 375조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2015년도에 예상한 2019년도 예산은 416조원이었던 것에 반해, 편성된 예산은 469조원으로 크게 증가한다. 정부정책과 기조가 바뀌면서 재정확장의 압박이 커던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출규모는 새로운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유동적이고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재정운용계획에 변화가 있다고 무조건 잘못됐다고 볼 수만은 없다”면서도 “5년 단임제 하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정권과 장기적으로 국가재정을 책임져야 하는 기재부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조율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조급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