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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패션업계도 '전례 없는 위기'…대리점 울고 본사도 쩔쩔


입력 2020.03.17 06:00 수정 2020.03.18 13:5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대리점 상생 대안 마련 촉구…본사 “통 큰 결단 어려워” 눈치

코로나19 장기화 영향, 겨울 장사에 이어 봄 장사도 ‘비관적’

블랙야크 양재 별관 내 힐크릭 플래그십스토어 ⓒ독자제공 블랙야크 양재 별관 내 힐크릭 플래그십스토어 ⓒ독자제공

패션업계가 장기화된 업황 부진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말 그대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대리점들은 본사에 대책 마련과 지원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본사 역시 경영 환경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선뜻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대리점 눈치만 살피고 있는 모양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특별고용지원에 패션업계를 포함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관련 기업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리점주들은 휴직수당 등의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여행업, 공연업, 관광운송업, 관광숙박업, 해상여객운송업 등을 지정하고 휴직수당의 90%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아웃도어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50대)는 “보통 평일과 주말을 합쳐 5~6명 정도의 아르바이트생을 썼는데, 최근 절반 이상으로 줄이고 지난달부터 계약직 직원만 매장을 보고 있다”면서 “보통 봄 시즌에는 바람막이가 불티나게 팔리는데 매장을 찾는 사람이 없다 보니 하루에 한 두장 나갈까 말까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소상공인들이 대부분인 대리점들의 이 같은 상황에 본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계속된 불황에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뾰족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리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본사에 고용 지원 등 상생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본사는 통 큰 결단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말그대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현재 패션부문의 각 기업들이 대리점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또 얼마나 더 악화될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른다”며 “특히 일부 기업의 경우 매출 하락세로 인해 본사 자체적으로 무급휴가나 급여 삭감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을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 등은 장기 계획에 따른 대책이 필요해 쉽게 기준점을 제시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일부 업종에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만큼, 추후 다른 업종으로까지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목인 겨울 장사에 이어 봄 장사도 '암울'


봄 대목 시즌에 발생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패션업계의 근심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올 겨울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방한복 판매가 부진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둔 데 이어,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면서 봄 장사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만회 기회조차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전국 백화점과 주요 상권에 매장을 둔 패션 브랜드들은 “이미 봄 장사는 망쳤다”는 비관전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이 외출을 꺼리고 있는 데다,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옷 장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내 패션업체들은 지난해 4분기 겨울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집계된다. 국내 패션업계 1위 한섬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매출 3842억원을 올리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 감소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4850억원, 300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21.1% 급감했고, 코오롱스포츠를 운영 중인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65.9% 감소한 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마케팅 진행에도 역시 제약이 따르고 있다. 통상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의 경우 업계에서는 신학기 등과 연계해 팝업스토어를 크게 열거나, 연예인 사인회를 진행하는 등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다양한 경험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대부분의 마케팅 행사가 취소되거나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하거나 전용 상품 출시를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육직책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다양한 할인전과 기획전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의 유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겨울 장사에 이어 봄 장사도 잘 되지 않을 경우, 상품을 제 값에 팔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뒤따른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제 값에 상품을 못 팔 경우 영업이익이 할인 폭 만큼 감소하게 되는 문제점을 낳는다”고 말했다.


이어 “재고가 장기적으로 계속 쌓이다보면 브랜드 가치 하락과 함께 다음 시즌 생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며 “특히 브랜드 하나만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다음 시즌에 투입해야 할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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