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동참하라"…비판여론에 속 타는 공연계

대관료·생계 문제 걸려 취소 결단 쉽지 않아

비판여론 의식, 홍보 활동 최소화→관객 감소

지난 1월 30일 방역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세종문화회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세종문화회관

"지금 대형공연을 할 때는 아니다. 교회 예배마저도 자제하고 있는 비상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자고 난리인데 공연 관람이라니…."

최근 개막한 한 대형공연에 대한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 멈춤' 캠페인이 한창인 요즘, 사람들이 한 장소에 밀집해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공연을 통해 감동을 전해준 제작진과 배우들을 향한 찬사와는 별개로, 이 같은 우려는 사회 전반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공연계 관계자들의 고심이 날로 깊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장 공연을 포기하는 것이 속 편할 수도 있지만, 배우들과 스태프의 생계 문제가 걸려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게다가 대관료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비판 여론에도 공연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쏟아지는 눈총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공연 홍보 자체가 어렵다. 가뜩이나 어려워 조금이라도 더 공연을 널리 알리고 쉽지만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과거처럼 공연 초대 이벤트라든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그보다는 공연장에서 취할 수 있는 안전장치, 열화상 카메라 비치나 소독 진행 상황 등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티켓오픈 일정이나 개막 후 관객 반응에 대한 홍보를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공연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나름의 방식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며 "무조건 공연을 중단하는 것만이 해결책일 수는 없는 만큼,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종교활동과 학원 등에 비해 공연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지나치게 미온적이라는 여론은 여전하다. 최근 미국 뉴욕주는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50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브로드웨이의 대다수 극장이 문을 닫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공연이 취소하거나 개막을 미룬 상황이긴 하지만, 대다수 공연은 관객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에 허덕이면서도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공연을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아직 공연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연계에서도 이를 막는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공연을 알리는 것보다 무사히 마치는 것이 더 중요해진 현실 속에서 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씨네Q는 17일 '좌석 간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른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물론 공연계에서도 참고할 만한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