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장관 지낸 민주당 부산선대위원장 김영춘
"서병수는 과거의 부산을 대표, 김영춘은 부산의 미래
4·15 총선 승리 후 내후년 대권 도전…부산, 10석 목표
전쟁 중 장수 힘빼면 안돼…'文정권 지지론' 호소할 것"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과거의 부산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나는 부산의 미래를 만들어갈 인물이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내후년 대선에 도전할 것이다."
4·15 총선에서 18석이 걸린 부산 선거의 최대 관심 지역은 단연 '부산진갑'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여권 잠룡'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미래통합당에서 내세운 4선 출신의 서병수 전 부산시장 간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총선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부산진구는 사통팔달의 교통과 함께 쇼핑·관광·문화의 중심지인 서면이 위치해 있는 만큼, 부산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민주당 부산 지역 국회의원 중 유일한 3선 중진인 김 의원은 이번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권을 꿈꾸고 있는 만큼, 서 전 시장과의 대결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부산진구 범전동에 위치한 자신의 지역사무소에서 진행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서 전 시장은 과거의 부산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나는 부산의 미래를 만들어갈 인물"이라며 "서 전 시장이 부산에서 정치활동을 한 20여 년은 부산이 쪼그라든 세월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내후년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공언(公言)했다.
민주당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통합당의 '문재인 정권 심판론'에 맞서 위기 극복을 위한 '정권 지지론·강화론'을 국민들에게 호소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 의석 18석 중 10석을 목표로 한다는 그는 "현재 정부는 코로나19와의 전쟁, 경제 위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이런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거나 장수가 전쟁을 치를 수 있는 힘을 빼려고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산진갑 주민들을 위한 핵심 공약으로는 '지하철 초읍선' 신설과 '당감동 신도시' 건설, 'KTX 부전역' 신설 등을 내세웠다. 초읍선은 사직체육관-어린이대공원-시민공원-서면일대를 연결하는 5km 정도 구간의 새로운 지하철 노선이다. 당감 신도시 건설은 당감동과 가야동 사이를 단절하는 KTX 기지창에 녹지공원, 공공 복합시설, 공공주택단지, ICT 청년창업 단지 등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의원은 1987년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통일민주당 총재이던 시절 상도동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뒤 YS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당적으로 서울 광진구갑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2003년에는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이때 같이 탈당한 김영춘·김부겸 의원, 안영근·이부영·이우재 전 의원은 '독수리 5형제'라고 불렸다.
17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이후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부산으로 내려와 2전3기 끝에 20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고향 발전을 위해 일하러 왔다"며 호소했으나, 3.7%p 차이로 나성린 새누리당(現 통합당) 후보에게 아쉽게 석패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나섰으나,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나성린 전 의원과 리턴매치가 벌어진 20대 총선 때는 3.1%p 차이로 나 전 의원을 꺾고 부산진갑에 '당선 깃발'을 꼽았다. 이후 20대 국회 전반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과 해양산수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정치적 몸집을 키웠다.
"文정부 코로나19 대응, 마스크 문제 빼고 잘 대처
비례대표 연합정당, 반대했지만 투표했으니 따라야
지하철 초읍선·KTX 부전역 신설·당감 신도시 약속"
-요즘 선거운동 어떻게 하고 있나.
"코로나19 때문에 지금 지역구 선거운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 전화로 주민들께 안부를 묻거나, 중간 중간 시간이 나면 수건에 소독약을 묻혀서 공공 시설물 손잡이 등을 닦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 택시 노동자들 찾아가서 애로사항 청취하고 요구 사항 받아서 중앙 정부와 부산시에 전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꽤 있었다. 요즘 지역 민심은 좀 어떤가.
"많이 회복된 거 같다. 마스크 공급 문제가 잘 안 풀려서 여전히 불만은 있는데, 그 문제만 제외하면 우리나라 정부가 비교적 잘 대처해온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최근 외국 사례를 보면, 확진자수가 계속 늘어나는데 우리는 이제 진정국면에 들어가는 상황이니까,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해왔구나'라고 인정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
-국민들, 마스크 구하기가 왜 이렇게 어렵나.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안 맞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마스크는 대략 천 만장 정도다. (공적 마스크 물량 80% 중에서) 10%는 의료진한테 공급되고, 대구·경북에 200만장 정도 보내고, 나머지 약 500만장 정도를 가지고 전국 5천만 국민들에게 배분된다. 경쟁률이 10:1 정도다. 이런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 사람들이 ‘또 언제 마스크를 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해져서 마스크를 미리 확보하려는 노력 때문에 마스크 부족 현상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 '정부가 미리 예측을 하고 (마스크) 비축을 많이 해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은 있다. 신천지 사태 이전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이정도로 될 것이라고는) 예측을 못했다."
-미래통합당에선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내세웠다. 맞붙는 심경은.
"통합당에서 거물 정치인을 내세운 셈인데, 내 입장에선 싸우기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싸우기 좋은 상대'다. 서 전 시장은 20년 정도 정치활동을 하면서 해운대구청장, 4번의 국회의원(부산 해운대구·기장군갑), 부산시장을 지냈다. 그 20여 년 동안은 부산이 쪼그라든 세월이었다. 90년대 중반쯤에는 부산 인구가 390만 명 정도였고, 명실상부한 제2의 도시였다. 20년 동안 부산의 인구는 50만 명이나 감소하고, 경제력 면에선 이제는 인천한테도 밀리는 도시가 됐다. 통계청이 지난 2018년 말 발표한 '2017년 지역소득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부산의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가 인천에 추월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된 게 부산의 정치와 행정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서 전 시장은 이 같은 결과를 대표하는 분이다. 게다가 서 전 시장은 부산진구에 아무런 연고도 없고, 부산시장 시절에도 부산진구의 미래를 위해 아무런 청사진도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저로선 싸우기 좋은 상대다. 통합당 후보 4명이 도전장을 냈는데, 그 사람들을 다 무시하고 서 전 시장을 낙하산으로 부산진갑에 꽂은 것 아니냐. 그렇게 부산진갑이 쉽고 만만한 지역인가. 서 전 시장이 부산진갑을 잘 아는 것도 아닌데, 통합당이 오만한 결정을 한 것 아닌가 싶다. 서 전 시장은 과거의 부산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나는 부산의 미래를 만들어갈 인물이다."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꼽힌다. 대권 도전의 꿈은 유효한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대한민국 전체를 향한 시대적 메시지를 내놓을 계획이다. 내후년 대선에 도전하면서 국가적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전파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이번 총선 때 내세운 부산진갑 주민들을 위한 핵심 공약은.
"지역 발전 메가 프로젝트 시리즈를 계속 발표하고 있다. 1탄은 '지하철 초읍선' 신설이다. 초읍선은 '사직체육관-어린이대공원-시민공원-서면일대'를 연결하는 5km 정도 구간의 새로운 지하철 노선이다. 사직운동장, 부산의료원, 부산시립도서관, 어린이대공원, 부산국립국악원, 부산시민공원 등 부산 시민 전체가 이용하는 공공 인프라가 참 많다. 그런데 지하철이 안 다닌다. 버스 노선 몇 개만 있으니, 시민들이 아주 불편해한다. 이 일대 도로는 원래 교통체증이 심하다. 그런데 향후 2~3년 내에 1만6천세대의 아파트 신규 입주자들과 만덕3터널 개통 등으로 교통 수요는 더 증가할 것이다. 초읍선을 신설하면 교통난 해소는 물론 지하철 1·2·3호선의 교통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2탄은 ‘당감 신도시’ 건설이다. 당감동과 가야동 사이를 단절하는 KTX 기지창에 녹지공원, 공공 복합시설, 공공주택단지, ICT 청년창업 단지 등을 조성하겠다. KTX 부전역도 신설하겠다. 도시철도 부전역의 경우 동해선과 1호선이 지나가고, 부전역과 마산을 연결하는 복선전철도 내년에 완공되는데, 환승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진정한 복합환승센터로 만들기 위해 KTX 부전역을 함께 신설하고, 서울의 삼성동·서울역·광명역에 있는 도심공항터미널을 유치해서 김해공항까지 연결하겠다. 부산 시민의 70%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부산의 인프라가 될 것이다."
-지난 4년간 공약 이행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면.
"90점. 지난 20대 총선 때 '부산진구를 바꿀 김영춘의 11가지 약속'을 공약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개정, 초부터널(초읍-연지-부전 연결) 개설, 경부선 부산진역-가야역 구간 철로 철거, 교육특별구 부산진구, 당감·부암지구 문화체육센터 건립, 성지 종합사회복지관 건립, 부전시장 일대 상관 활성화, 부산시민공원 활성화 인프라 구축, 배양터널 통행료 폐지 등 교통 이용 불편 해소, 빗물·생활오수 분리 하수관로 100% 설치, KTX 기지창 상부·브릿지데크(광폭다리) 건설 등이 11가지 약속이다. 이 가운데 하위세부 공약이 22개인데, 20개는 완료됐거나 추진 중에 있다. "
-민주당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셨다. 통합당의 '문재인 정권 심판론'에 맞서는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 있다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민의 안전 문제는 수습한다고 치더라도, 일각에선 세계대공황이 온다고 할 정도로 경제적인 2차 피해가 큰 문제다.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등 국가적인 대위기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와의 전쟁, 경제 위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거나 장수가 전쟁을 치를 수 있는 힘을 빼려고 해선 안 된다. 전쟁에서 못 이긴다. 야당 입장에선 당연히 '정권 심판론'을 말하겠지만, 우리당은 위기 극복을 위한 '정권 지지론', '정권 강화론'을 국민들에게 호소할 생각이다."
-이번 총선에서 부산 지역 목표 의석수는.
"통합당에선 18석 전 의석을 싹쓸이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당은 통합당처럼 오만하지 않다. 지금 6석이니까, 4석 정도 더 늘려서, 10석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당 공천을 평가한다면.
"처음에는 ‘물갈이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사람들을 내보내고 그 자리를 채운 사람들을 보니까 ‘돌려막기 공천’이더라. 해운대쪽에서 정치활동을 했던 서 전 시장을 부산진갑에 공천한 것, 중·영도구에 연고가 있는 이언주 통합당 의원을 남구을에 보낸 것, 중·영도구에서 활동하던 사람을 서·동구 지역에서 경선하도록 하는 것 등을 보면, 마구잡이로 뒤섞어서 돌려막는 공천이라는 생각이 든다."
-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창당을 강하게 비판하던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처음부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래도 당원 투표를 통해서 확정이 됐으니까, 따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10번 이후 순위에 배치하겠다고 한 것이다. 민주당이 의석수만 늘리기 위해 비례연합당에 참여한 것은 아니라는 '순심'(順心)의 표출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