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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격리 위반자 '무관용 대응'…한 발 늦은 제도로 차질 빚나


입력 2020.03.31 12:18 수정 2020.03.31 13:2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강화된 처벌규정, 적용시점 문제로 실효성 의구심

일부 지자체는 손해배상 청구 나선 상황

인천국제공항에서 코로나19 유증상을 보인 해외 입국자들이 격리 시설로 이동하기 위해 모여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인천국제공항에서 코로나19 유증상을 보인 해외 입국자들이 격리 시설로 이동하기 위해 모여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전국 각지에서 자가격리 지침 위반사례가 잇따라 확인돼 관할 지자체 차원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정부가 '무관용 원칙'에 따라 내국인에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외국인에겐 강제추방까지 검토하기로 했지만, 상당수 위반 사례가 처벌 규정(감염병 예방법) 강화 이전에 발생해 충분한 책임을 묻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0일 서울 용산구는 한남동에 거주하는 40대 폴란드인 남성을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확진판정을 받은 폴란드인의 접촉자로 분류돼 지난 13일부터 2주간 자가격리를 지시 받고도 편의점·공원 등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해당 남성은 용산구 담당자에게 "자가격리 기간 중 집 밖을 나간 적이 없다"고 진술했으나 서울시 역학조사 과정에서 편의점 등을 방문한 기록이 CCTV(폐쇄회로TV)를 통해 확인됐다.


이 남성은 예정된 자가격리가 끝나던 지난 26일, 양성 판정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충청남도는 태안군에 사는 70대 남성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남성은 지난 28일 미국에서 입국해 자가격리 대상으로 분류됐지만, 다음 날 굴 채취를 하겠다며 자가격리지를 무단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수원시는 격리 지침을 어기고 수원·용인·과천·서울 등을 마스크 착용 없이 활보한 영국인에 대해 무관용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고했던 '법적 책임'을 자가격리 위반자들에게 묻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가격리 의무시행일 이전에 입국한 외국발 입국자에겐 감염병 예방법 자체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유럽발‧미국발 입국자의 자가격리 의무시행일은 각각 3월 22일과 28일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의무시행일 이전에 입국한 '수원시 영국인'과 '용산구 폴란드인'에 대한 강제추방 조치는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같은 이유로 자가격리 기간 중 제주도 여행을 했던 강남구 모녀 역시 강화된 처벌 조항인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면하게 될 전망이다. 모녀는 지난 15일 미국에서 입국했고 20일부터 4박 5일간 제주 관광을 했다. 두 사람은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온 이튿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부 지자체, 손해배상 청구하고 나서
정부도 손해배상 검토하겠다는 입장 밝혀


이에 일부 지자체는 감염병 예방법 위반에 따른 고발 조치 대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앞서 제주도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민법 750조를 적용해 강남구 모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조항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을 때, 배상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동 소송 원고는 △제주도 △영업장 폐쇄 피해업체 2곳 △모녀와 접촉해 자가격리 조치된 도민 2명 등이며 청구 금액은 1억3200여만 원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해당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이들 모녀는 제주 여행 첫날부터 증상이 있었는데도 제주여행을 해 방문업체 20곳이 폐업했다"며 "90명에 이르는 도민이 생업을 포기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앞으로 (손해배상) 참여업체는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자가격리 위반자로 인한 감염확산 등 입증 가능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할 경우, 위반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기로 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만약 자가격리 조치 등 위반사실이 불법행위에 해당돼 추가적인 방역과 감염확산 등에 따른 국가손실을 유발했다고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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