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이슈 그 후] 형벌 면했지만 '도덕의 덫'에 갇힌 오달수


입력 2020.04.22 09:02 수정 2020.04.22 09:18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미투' 가해자 지목돼 영화계서 사실상 퇴출

무혐의 후에도 논란, 독립영화 외 작품활동 없어

오달수. ⓒ 데일리안 오달수. ⓒ 데일리안

"법적으로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도덕적인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부와 명예, 권력을 지닌 재벌이나 정치인이 큰 사건에 휘말린 후 법망을 빠져나올 때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는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나 연예인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반면, 당사자들은 "정작 무죄를 받은 뒤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범죄자 이미지에 갇혀 버린다"고 하소연한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사건에 휘말린다는 것만으로도 대중들 뇌리엔 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게 현실이다.


진실이야 어찌 됐든, 법적인 결과가 어찌 됐든, 한 번 믿으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생각을 바꾸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수없이 많다.


지난 2018년 한국 사회를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던 '미투' 운동도 많은 연예인과 대학교수 등 저명인사에게 '성범죄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겼다. 이들 중에는 법적인 책임을 면한 사람도 있고, 처벌을 받아 수감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죄를 면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가슴에 새겨진 '주홍글씨'는 누구도 떼지 못했다는 점이다.


배우 오달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달수는 지난 2018년 2월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논란에 휩싸였다. 오달수가 의혹을 부인하자, 피해를 주장하던 여성 연극배우는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 얼굴을 공개하며 오열해 오달수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의혹을 부인하던 오달수는 더욱 거세진 비난 여론에 결국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며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오달수의 시계는 사실상 여기서 멈춰버렸다.


그렇다고 오달수가 법적인 책임을 진 건 아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초 "1993년 사건으로 당시 어느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고, 당시에는 성폭력 범죄가 친고죄라 6개월 내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없었다. 방송 이후에도 피해 사실을 소명한 적이 없어 내사 종결됐다"고 밝혔다.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8월 "올 초 경찰로부터 내사 종결을 확인했고 혐의 없음에 대한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고, 오달수는 "부덕의 소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도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채 일방적 질타를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오달수(오른쪽).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오달수(오른쪽).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후 오달수는 독립영화 '요시찰'로 영화계에 복귀했지만, 여론은 결코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복귀를 반대하는 따가운 시선 탓에 그의 발걸음은 '요시찰'에서 다시 멈춰버렸다.


무엇보다 오달수의 '혐의 없음'이 결코 '무죄'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여론이 많았다. 경찰이 내세운 내사 종결 이유 또한 공소시효와 친고죄, 피해자의 소명 여부 등이었기 때문이다. 혐의를 입증한다 해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달수의 사례는 ‘법적인 책임을 면했다고 해서 도덕적 책임까지 면한 건 아니다’라는 말을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지난해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배우가 조심스럽게 본연의 연기 활동을 이어 나가려고 하는 만큼 부디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의 영화계 복귀 선언이었다. 하지만 '요시찰' 이후 차기작 소식은 없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오달수의 차기작 계획에 대해 "현재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오달수는 조연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연기력으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내 관객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영화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암살', '베테랑' 등 흥행 대작들도 그의 역할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처럼 화려했던 그의 필모그래피는 여기서 끝난 것일까. 대중들은 언제쯤 그를 다시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한철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