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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대국민 사과 임박...삼성, 내용·수위 최종 조율 고심


입력 2020.05.03 06:00 수정 2020.05.03 04:51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준법위 권고 시한 11일...총수 2년만에 직접 나설 듯

경영권 승계·노조 이슈 등 민감한 사안 신중 모드

향후 재판·수사 결과에 따라 경영행보 영향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자료사진)ⓒ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자료사진)ⓒ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한 대국민 사과의 시한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날짜와 내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한 대국민 사과 시한이 오는 11일로 다가오면서 발표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지난 2월 삼성의 윤리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로 출범한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3월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의혹과 노조 문제 등에 대해 반성을 담은 대국민 사과를 권고한 바 있다. 당초 시한은 지난달 10일이었으나 삼성측이 추가 논의 필요성과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시한 연장을 요청해 오는 11일로 연장됐다.


일단 이 부회장의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날짜는 11일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이르면 이번주 내 발표도 점쳐지고 있는데 4일은 징검다리 휴일인 점을 감안하면 6~8일 중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재계에서는 시한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삼성측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아직 사과문 최종안을 결정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삼성측은 사과문의 내용과 수위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번 사과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체계적인 준법경영 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 출범한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기존에 이뤄졌던 사과와도 차별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8월 대법원의 이 부회장 재판 파기환송 선고 직후 "과거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업 본연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사과했고 노조 와해 혐의 유죄 판결(지난해 12월)과 임직원의 시민단체 후원 무단 열람(지난 2월)에 대해서도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이번 대국민 사과는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총수 자리에 오른지 2년이 된 시점에서 이뤄져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5월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집단 동일인 변경(이건희→이재용)으로 공식적으로 삼성 총수 지위에 올랐다.


특히 시한을 하루 앞둔 오는 10일은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하기 시작한 지 만 6년이 되는 날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10일 부친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사실상 국내 최대 기업 그룹을 이끌어 왔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또 이번 사과에 더욱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부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재판과 수사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 때문이다.


국정농단 연루 관련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연결돼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해서는 증거인멸은 항소심 재판이, 분식회계는 현재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노조 이슈와 관련해서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재판이 1심 판결 이후 검찰의 항소가 이뤄져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서로 별개의 사안이긴 하지만 사법 리스크를 여전히 안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사과 문제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영권 승계와 노동 이슈에 대한 사과나 입장을 밝히게 될 경우, 향후 이들 재판과 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이 사과 시한을 한 달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묻어난다. 준법위가 권고문에서 제시한 경영권 승계와 노동 문제 등에 대한 의제들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와 연관될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라는 점에서 보다 면밀히 내용을 검토해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특히 이번 사과에 이어 진행될 재판과 수사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집행유예 석방 이후 2년간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경영행보를 펼쳐왔다.


올해만 해도 지난 1월 경기도 화성 반도체연구소에 이어 브라질 마나우스 법인까지 다녀왔고 2월에는 경기도 화성사업장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봤다. 또 3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충남 아산 사업장)·삼성전자(경북 구미사업장)·삼성종합기술원(경기도 수원) 등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총 6차례나 현장 경영 행보를 펼쳤다.


재계 한 관계자는 “향후 재판과 수사로 인한 이 부회장의 공백 가능성과 경영행보 차질 최소화가 현재 삼성이 가장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이번 대국민 사과 내용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19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19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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