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시승기] 셀토스, 반자율주행 엔트리카 "두 손은 거들 뿐"


입력 2020.05.23 06:00 수정 2020.05.22 20:5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경쟁차 압도

탄탄한 디자인에 탄탄한 주행성능

셀토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하이클래스 소형 SUV.’ 지난해 7월, 기아자동차가 셀토스를 출시하며 붙인 수식어다. 이때만 해도 셀토스는 다른 소형 SUV들보다 압도적인 덩치를 자랑했기에 그런 이름이 붙어도 됐다.


하지만 한국GM이 트레일블레이저를 내놓고 르노삼성자동차가 XM3를 내놓으면서 셀토스는 ‘하이클래스’의 자리에 홀로 있을 수 없게 됐다. 준중형이라고 불러도 무리 없을 만한 덩치의 차들을 셀토스를 의식해 소형으로 정의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 셀토스에겐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토스는 잘 팔린다. 하이클래스 소형 SUV 3종의 경쟁이 한창이던 4월에도 5597대나 팔렸다. 1위는 XM3(6276대)에 내줬지만 신차효과가 한창인 XM3와 출시 후 9개월이나 지난 셀토스를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다.


신차효과를 앞세운 후발주자들의 공세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단 얘기다.


최근 셀토스를 타고 서울에서 전북 진안 운장산에 위치한 운일암반일암 계곡을 다녀왔다. 왕복 약 500km의 거리로 고속도로와 국도, 시내도로와 산길이 포함된 코스였다. 시승차는 1.6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 풀타임 4륜구동 모델이었다.


셀토스 전, 후, 측면. 전형적인 2박스 SUV 디자인이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셀토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디자인이다. 전형적인 2박스 형태에 직선 위주의 디자인은 간결하면서도 탄탄한 느낌을 준다. 불룩 솟은 후드의 볼륨과 그릴부터 범퍼 하단까지 일직선으로 쏟아져 내리는 듯한 전면부의 실루엣은 셀토스의 덩치를 실제보다 한층 더 크게 느껴지게 만든다.


물론 경쟁차들도 제각기 디자인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제각기 다른 특색이 있다. XM3는 부드럽고 우아한 감성을 담았고, 트레일블레이저는 날카롭고 정교한 미래지향적 디자인이다. 반면 셀토스는 탄탄하고 군더더기 없는 정통 SUV의 외모를 지녔다.


셀토스 운전석 모습. 센터페시아 하단의 은색 기둥(오른쪽 사진) 만 아니었다면 더 깔끔할 뻔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실내 디자인도 간결하고 실용적이다. 여기에 10.25인치에 달하는 내비게이션과 컴바이너(별도의 유리판 장착)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장착돼 차급을 뛰어넘는 고급감을 더해준다.


다만, 센터페시아 하단 오른쪽에 달린 은색 기둥(?)은 대체 어떤 용도인지 모르겠다. 저 기둥이 없다고 위쪽 구조물이 내려앉을 것 같지도 않고, 조수석 탑승자를 위한 손잡이라고 하기엔 그립감이 좋지 않다. 장식이라고 보기엔 한쪽만 달려 어색하다. 디자인적으로나 실용적으로나 존재 가치를 찾기 힘들다.


핸들에 달린 차로 유지 보조(LFA) 버튼(핸들 모양)과 핸들 왼쪽에 달린 차선이탈방지 보조(LKA) 버튼(차 좌우로 차선이 있는 모양). 두 기능의 차이는 현격하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셀토스가 경쟁차들보다 확실한 우위를 갖는 부분은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반년 가량 늦게 나온 경쟁 신차들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최첨단 기능을 갖췄다.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된 ADAS만 해도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유지 보조(LFA), 차선 이탈방지 보조(LK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 등으로 화려하다.


여기에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안전하차보조 경고음(SEA) 사양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경쟁차들은 차선 이탈방지까진 가능하지만 셀토스가 갖춘 차로 유지 보조와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은 갖추지 못했다. 용어 자체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활용 측면에선 엄청나다.


운전자의 실수로 차선을 벗어날 상황에 처할 때 차선 안쪽으로 튕겨내는 것(차선 이탈방지 보조)과 차선을 따라 스스로 주행(차로 유지 보조)하는 것은 체감상 차이가 크다.


ADAS 기능을 작동시키고 주행 중인 모습. 차선이 흐릿하게 보이는 빗길에, 곡선 구간임에도 차로 중앙을 따라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잘 달린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실제 고속도로에서 차로유지보조와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을 사용해 주행해 보니 사실상 자율주행차와 다를 바 없었다.


직선구간은 물론 급격히 휘어지는 곡선 구간에서도 차로 중앙을 따라 잘 달렸고,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똑같이 속도를 맞춰 일정 간격을 유지했다. 옆 차선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돌발 상황에도 잘 대처했다. 잦은 끼어들기가 거슬린다면 앞차와의 간격을 좁게 설정할 수도 있다.


특히 초기 ADAS에서 자주 발생했던 차선 인식 오류도 셀토스에서는 전혀 없었다. 시승일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궂은 날씨였지만 셀토스의 센서는 용케도 흐릿한 차선을 잘 인식하고 앞차와의 거리도 잘 계산했다.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은 단순히 앞차를 따라 달리는 게 아니라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급회전 구간이 나오면 속도를 줄였다가 직선 주로에 진입하면 다시 설정 속도로 복귀한다.


두 발은 긴장 상태에서 해방됐고 두 손은 그저 핸들에 얹어 놓고 혹시 모를 돌발상황(결국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에 대비하기만 하면 되니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가 덜했다.


설정된 속도로 정속 주행하니 연비도 훌륭하게 나온다. 시승차는 1.6 가솔린 터보 4륜구동에 18인치 휠이 장착된, 셀토스 전 트림 중 가장 연비가 떨어지는(10.9km/ℓ) 모델이었지만 운전을 차에 맡기니 줄곧 16km/ℓ 이상을 유지했다.


셀토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달리기 성능도 외모만큼이나 탄탄하다. 특히 미끄러운 빗길을 고속으로 달려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인상적이다. 굽이진 산길에서는 정교한 핸들링으로 믿음을 줬다. SUV 특유의 높은 전고로 인한 불안감도 전혀 없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알아서 앞뒤 바퀴로 구동력을 배분해주는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의 효과다.


4륜구동 시스템은 별도의 조작 필요 없이 차가 알아서 작동하지만, 오프로드 등에서 파트타임 4륜구동과 같은 직관적인 네바퀴 굴림의 느낌을 원한다면 4륜구동 상태로 고정시킬 수도 있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27.0kgf·m의 가솔린 터보 엔진은 급경사를 오를 때도 꿀렁거림 없이 여유 있는 힘을 제공했다.


승차감은 다소 통통 튀는 느낌이다. 운전석에선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뒷좌석 승객에겐 그리 안락함을 제공하진 못할 것 같다. 소형 SUV의 주 용도가 3인가구 이상의 패밀리카는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경쾌한 주행감과 승차감을 맞바꿨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셀토스 뒷좌석 모습. 소형 SUV 치고는 레그룸이 넓은 편이며, 뒷좌석 승객을 위한 에어밴트와 USB 포트도 달려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그렇다고 뒷좌석 승객을 아예 괄시하는 건 아니다. 소형 SUV 치고는 넓은 레그룸을 제공하며, 등받이 각도조절도 가능해 착좌감이 한결 좋다. 뒷좌석 온열시트(이른바 '엉따') 기능도 있다. 일부 경쟁사의 준중형 SUV에도 없는 에어밴트(에어컨·히터 송풍구)와 USB 포트도 마련돼 있다.


빼어난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 그리고 무엇보다 고급차에나 달릴 법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까지. 셀토스는 여전히 생애 첫 차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시승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