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 100조원 돌파해 최고치 경신
쿠팡‧위메프, 과감한 투자와 동시에 적자폭 줄이는데 ‘초점’
11번가‧티몬, ‘밑보는 장사 그만’…적자 줄이기 본격 속도
롯데온, 출혈경쟁 거부…최저가 보다는 적정가 통해 수익성 ↑
‘한국의 아마존’ 타이틀 확보를 목표로 ‘치킨게임’을 벌이던 국내 온라인 유통 기업들이 달라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존 매출 확대 전략에서 수익성 확보 전략으로 선회하는 중이다.
수년간 적자가 누적되면서 공멸할 것이란 위기감이 높아진 데다 유통공룡들이 잇따라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면서 생존을 위한 체질개선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18.3% 증가한 134조5830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한 2018년 이후 1년 만에 또 다시 20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거래액 증가는 모바일 쇼핑이 이끌었다. 지난해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86조70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5.5%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대비 3.6%p 늘어난 64.4%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00조원이 넘는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을 제패하기 위한 ‘엔드게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화두는 ‘수익성 보존’이다. 이익은 나중에 내고 덩치부터 키우겠다는 전략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속도전에 뛰어드는 업체들은 대체로 물류 체계 구축을 통한 저비용 구조를 만들어 ‘최저가’와 ‘빠른 배송’ 모두를 노리는 전략을 이어왔다. 물류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그만큼 거래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벌써 몇 년째 적자 전쟁만 하다보니 수익성 확보 필요성이 절실해지면서 ‘질적 향상’이 새로운 목표가 됐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장기간 적자 누적으로 재무 부담, 투자 유치 피로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최저가 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더욱이 유통공룡 롯데와 신세계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롯데온(ON)’과 ‘쓱(SSG)닷컴’ 가세로 소비자 유입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투자와 동시에 적자 폭 줄이는데 ‘초점’
쿠팡과 위메프는 적자를 보더라도 지속해서 시잠 점유율을 늘려나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투자 역시 아끼지 않는다. 다만, 계속된 투자와 동시에 적자폭을 줄여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쿠팡의 경우 올해부터 ‘로켓프레시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강점인 직매입과 배송부문을 더 강화하고, 오픈마켓 사업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매출이 늘어나면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확신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고,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쿠팡은 역대 최대 영업손실 우려를 뒤집고 지난해 7조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매출과 함께 영업손실 폭도 4000억여 원 줄였다. 매출총이익률(GPM)도 2018년 4.9%에서 지난해 16.8%로 1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됐던 영업손실 증가세가 꺾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는 이름으로 ▲2015년 5470억원 ▲2016년 5600억원 ▲ 2017년 6388억원 ▲2018년 1억970억원으로 계속해서 적자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적자를 감수하고 규모의 경제와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생태계 구축을 우선시 하는 ‘아마존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도 쿠팡의 전략이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메프도 쿠팡과 유사한 아마존 전략을 취하고 있다. 위메프는 프로모션 및 마케팅 비용을 늘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2배 이상 커진 758억원에 달했지만, 거래액은 6조4000억원을 넘기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 연말 3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자본잠식 문제도 해결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위메프는 흑자전환에 연연하지 않고 압도적 외형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경쟁사와는 다른 큰 폭의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관리 가능한 손익구조를 만드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모델, 한국에서는 안 통한다”…흑자경영으로 전략 선회
11번가와 티몬은 규모도 규모지만, 이제는 실속도 챙겨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더 이상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적자를 감수하며 점유율을 높이는 ‘아마존 전략’이 국내 유통 시장에서는 유효하지 않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업체가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함축된다. 가격 경쟁력을 높인 ‘최저가’ 전략과 ‘빠른배송’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가격변동에 민감하면서 충성도가 낮은 '체리피커 형' 고객의 비중이 높다. 배송에서 역시 로켓배송을 제외하고 큰 차별점을 찾지 못하면서 업계에서는 회의론이 지속돼 왔다.
여기에 플레어들이 많아지면서 시장은 과밀해지는데 한국 경제 인구는 감소하고 내수 침체 등으로 소비진작이 어려워 진 탓도 크다.
이런 배경을 기본으로 11번가는 대대적인 쿠폰 발행과 마케팅 행사를 줄이며 지난해 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은 5306억원으로, 전년 6744억원 대비 21.3% 감소했다.
티몬 역시 적자 개선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외형을 키우는 경쟁에서 발을 빼면서 목표를 수익구조 개선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지난해 4분기 이후 손실이 빠른 속도로 개선됐고 올해 3월 처음으로 1억6000만원의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
티몬은 ‘타임커머스’를 본격화하며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역마진이 나는 식품과 가전 등의 판매를 줄였다. 이로 인해 매출, 거래액 등 외형은 쪼그라들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티몬은 출혈 경쟁 탓에 창사 이후 줄곧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꾸준히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 ‘적자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꼬리처럼 따라붙었다.
하지만 작년에 적자 규모를 100억원대로 줄이면서 티몬이 2021년 목표로 제시한 ‘내년 코스닥 상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이 흐름을 지속해 2,3분기 흑자를 넘어 연간 흑자도 가능하다고 티몬은 보고 있다.
이진원 티몬 대표는 “흑자가 일회성에서 끝나지 않고 분기 또는 연간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구조를 계속해서 강화하고, 월 흑자 100억원이 지속적으로 날 수 있는 기업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 수익성 개선 ‘턴어라운드’ 가속화 될까
지난달 말 론칭한 롯데쇼핑 롯데온도 출혈경쟁 지양을 선언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한 적시배송을 비롯한 다양한 배송으로 선택지를 한층 다양화하고, 최저가 보다는 적정가를 통해 소비자 만족을 높이고 수익성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돈 풀고 싸게 팔면 1등이 되겠지만”이라면서도 “적자를 보며 팔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 대표도 지난달 간담회에서 “출혈경쟁은 하지 않겠다”며 “적자를 하면서 사업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