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동선 숨긴 학원강사에 비판 쏟아져
13일 기준 관련 환자 11명…늘어날 가능성 높아
개학 일주일 앞두고 교원 전수조사 필요성 대두
방역당국 "현실적 한계 감안해야…대안 고려할 것"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대학생 학원 강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허위 동선을 밝힌 사실이 드러나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인천시 102번째 환자인 A(25·남성)씨는 지난 9일 최초 역학조사에서 이태원 방문 사실을 숨기고 직업을 '무직'이라고 밝혀 '시간과의 싸움'으로 평가되는 방역 대응을 지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은 해당 강사의 무책임함을 꼬집으며 추가 전파 및 유사 사례 발생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원어민 강사들이 이태원에서 모임을 갖는 일이 잦은 만큼 예방 차원에서 자녀 등원을 막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온라인 맘카페 이용자(saeh***)는 "너무 속상하다. 진짜 욕이 나온다"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진 이후 아이들을 영어학원에 보내고 있었는데 일단 안 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른 이용자(cuteyu****)는 "보내자니 불안하고 안보내자니 진도가 걱정된다"며 "학원에서 알아서 휴원 해주면 좋을 텐데 그럴 기미도 안 보인다. 이래저래 너무 심란하다"고 적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일부 학원들은 학부모들에게 △방역 지침 준수 내역 △강사들의 이태원 미방문 사실 등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인천시와 방역 당국 등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 기준 A씨와 연관성이 있는 환자는 11명으로 파악됐다. A씨가 근무했던 학원 수강생과 관계자 118명에 대한 검체 채취가 이뤄진 만큼 관련 환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파악된 A씨 관련 환자는 △A씨 근무 학원 수강생(고등학생) 5명 △A씨 과외 수강생(중학생) 1명 △과외 학생의 쌍둥이 형제 1명 △과외 학생 어머니(46) 1명 △과외 학생 어머니와 접촉한 또 다른 과외 교사(34·여) 1명 △A씨 근무 학원 동료 교사(21·남) 1명 △지난 5~6일 A씨와 접촉한 지인(34·남) 1명 등 총 11명이다.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통상 하루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9일부터 최대 나흘 간 '방역 공백'이 벌어진 셈이다.
인천시는 직업·동선을 거짓 진술하고 학원 강의 사실까지 밝히지 않은 A씨를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등교개학 일주일 앞두고 '교사 확진' 우려 커져
서울교육청 "황금연휴, 이태원 등 방문한 교원 158명"
일각에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등교개학의 위험도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3 자녀를 두고 있는 이모 씨(40대·서울 용산구)는 "연휴기간에 감염된 (학교) 선생님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애가 학교에 가도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교육청은 이날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원어민 교사 158명이 황금연휴 기간 이태원·논현·신촌 등 유흥시설 밀집 지역에 방문했다고 밝혔다. 해당 인원은 전날까지 자진신고를 받은 수치여서 추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등교개학에 앞서 교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까지 나왔지만, 방역 당국은 현실적 제약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교직원 전체 숫자가 60만 명이 넘는다"며 "어제 1만 5000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역량을 고려해봤을 때 현실적으로 쉽게 채택할 수 있는 수단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대안들도 충분히 검토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표본검사라든지 자발적 검사를 유도한다든지 여러 대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등교개학 추가 연기 가능성에 대해서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위험도 평가와 학사관리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번 주 발생 추이를 계속 모니터링하며 교육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