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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개막 가로막는 ‘삭감의 강’


입력 2020.05.22 06:08 수정 2020.05.22 09:23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7월초 개막안 추진하면서 사실상 연봉 추가삭감안 제시

시즌 연봉 25% 받게 되는 선수들 노조와 함께 크게 반발

2019년 양키스타디움서 열린 개막식. ⓒ 뉴시스 2019년 양키스타디움서 열린 개막식. ⓒ 뉴시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 속에도 7월 개막을 계획한 메이저리그(MLB)가 ‘연봉 삭감’이라는 강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한국시각) ‘ESPN’ 등 미국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제안한 7월초 무관중 개막 방안 제안을 구단주들이 수용하면서 MLB 개막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구단과 선수 노조에 60여 페이지에 이르는 매뉴얼을 전달하며 개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변수가 없다면 현지시각으로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 개막 가능성이 높다.


늦게 개막하는 만큼, 방식과 일정은 경험해보지 못한 체제로 이뤄진다. 현행 양대리그 대신 인접한 팀끼리 벌이는 리그로 재편된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리그별로 동부·중부·서부지구로 이뤄진 현 체제가 올해 한시적으로 리그 구분 없이 10개 팀씩 배정된 동부·중부·서부리그로 편성된다.


MLB 사무국은 정규시즌을 줄인 대신 포스트시즌(PS)을 확대, 출전팀을 14개팀(기존 10개팀)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어떻게 해서든 개막을 하고 시즌을 치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묻어난다. 개막을 손꼽아 기다려온 미국 야구팬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선수노조는 새롭게 나온 삭감안에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선수노조는 새롭게 나온 삭감안에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개막까지 도달하려면 드넓고 깊은 강을 넘어야 한다. 선수 노조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선수들도 개막을 바라고 있지만, 사무국이 제시한 연봉 삭감 방안에는 반발하고 있다.


현재 사무국과 구단주 측은 무관중 경기로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기존 급여 합의안 대신 리그 수익을 50:50으로 나누는 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추가 삭감안이다. 이렇게 되면 선수들의 몫은 기존 계약의 25%까지 줄어들 수 있다.


지난 3월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올 시즌 연봉을 경기수 비례로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선수들은 선급금 1억7000만 달러를 나눠 받고 이후 메이저리그가 시작하면 경기 수에 비례해 자신의 연봉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캠프가 중단된 이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는 각 구단들은 2020시즌 개막을 위해 선수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선수노조는 이미 절반의 연봉이 날아간 상태에서 또 삭감되면 25%만 수령하고, 세금까지 납부해야 하는 것에 강하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018년 AL 사이영상에 빛나는 블레이크 스넬(탬파베이 레이스)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시즌이 단축되면서 연봉도 줄어들었다. 제대로 된 연봉을 받지 않으면 뛰지 않겠다. 내 욕심만 채우겠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시즌이 개막하면 목숨을 걸고 뛰어야 한다. 위험도는 훨씬 높은데 내가 받을 돈은 줄어든다"고 반발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68)도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로 지친 많은 사람들은 야구가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미국 전역이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메이저리거들이 돈 문제로 시즌 개막을 꺼린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994년 샐러리캡에 반대하는 선수노조의 대변인이었던 탐 글래빈은 20일 애틀랜타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돈과 관련된 문제로 파업을 시작하면 팬들은 1994년 사태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며 “선수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 100% 정당하다고 해도 팬들은 여전히 나쁘게 볼 수 있다. 조심스럽게 발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본인은 물론 가족과 건강을 걸고 뛰는 만큼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파놓은 강 앞에서 구단과 선수들, 야구팬들 모두가 원하는 개막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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