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대극장 뮤지컬 격돌
빼곡히 잡힌 개막 일정, 과잉 경쟁 오히려 독 될수도
대극장 뮤지컬, 본격적인 공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꽁꽁 얼어붙었던 뮤지컬 시장에 드디어 봄이 찾아온 걸까.
모처럼 뮤지컬 개막 일정이 빼곡히 채워지면서 뮤지컬 팬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던 공연들까지 다시 대열에 합류하면서 6월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검증된 대극장 뮤지컬들의 귀환이 눈길을 끈다. 6월 1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모차르트!'를 필두로 13일 '렌트'(디큐브아트센터), 20일 '브로드웨이 42번가'(샤롯데씨어터), 7월 4일 '제이미'(LG아트센터)가 줄줄이 개막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앙상블 배우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대극장 '셧다운'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6월 대극장은 모처럼 대작들의 귀환으로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이 작품들은 8월 8일까지 연장 공연이 확정된 '오페라의 유령'(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과 함께 뮤지컬 성수기의 서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흥행 면에서 가장 앞서가는 작품은 김준수의 귀환으로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 '모차르트!'다. 2010년 초연돼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11개의 트로피를 쓸어간 검증된 작품으로, 무엇보다 김준수와 박은태는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뮤지컬의 기둥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멤버인 김준수와 박은태를 비롯해 박강현, 김소향, 김연지, 손준호, 신영숙, 김소현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 '렌트'는 무려 9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다. 국내에 '열광적인 뮤지컬 팬 문화'가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번 공연 또한 오종혁, 장지후, 아이비. 김호영, 최재림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1996년 국내 초연 이래 24년간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80년 뉴욕 윈터가든 극장 초연 이후 5000회 이상 공연된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줄리안 마쉬 역에는 송일국과 이종혁과 더불어 양준모가 새롭게 합류해 눈길을 끈다. 관심을 모으는 페기 소여 역으로는 오소연과 김환희가 낙점됐다.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한국 초연을 앞둔 '제이미'다. 드랙퀸이 되고 싶은 17세 고등학생 제이미의 꿈과 도전,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그려낸 작품으로 외신들은 "신선한 바람이 가득한, 활기 넘치는 뮤지컬"(The Times), "웨스트엔드에 찾아온 커다란 기쁨"(Time Out)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창력과 연기력을 기본으로 무대 장악력까지 갖춰야 하는 제이미 역에는 넘치는 끼와 에너지를 가진 조권, 뮤지컬을 넘어 브라운관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신주협, 첫 뮤지컬에 도전하는 아이돌 출신의 MJ(아스트로)와 렌(뉴이스트)이 캐스팅됐다.
전미도의 '어쩌면 해피엔딩' 등 중소극장도 활기
중소극장에도 기대작들이 쏟아진다. 2012년 이후 네 번의 공연을 통해 대학로 대표 창작 뮤지컬로 자리매김한 '풍월주'가 27일, 보수적인 가톨릭계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들의 성장기와 인간애를 다룬 '베어 더 뮤지컬'이 29일 개막해 관객들을 맞이한다.
6월 4일 개막하는 육군 뮤지컬 '귀환'은 6.25 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관객들을 찾아가며, 조선 중기의 천재시인 '허난설헌'의 시와 삶을 그린 창작뮤지컬 '난설'과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기대를 모으는 '루드윅'이 나란히 6월 30일 막을 올린다.
중소극장 뮤지컬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다. 2018년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6개 부문(극본/작사상, 작곡상. 여우주연상, 연출상, 프로듀서상, 소극장 뮤지컬상),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4개 부문(올해의 뮤지컬상, 음악상, 연출상, 여자인기상)을 석권하며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작품이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주목을 받는 전미도가 초연과 앙코르 공연에 이어 클레어로 돌아온다. 연극, 뮤지컬 무대는 물론 브라운관까지 사로잡은 그녀가 차기작으로 '어쩌면 해피엔딩'을 선택하면서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작품들도 속속 돌아온다. 두 차례나 연기했던 뮤지컬 '올 아이즈 온 미'는 28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마침내 첫 공연을 올린다. 힙합 음악의 대표적인 아티스트 투팍 아마루 사커와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으로 소냐, 문혜원을 비롯해 김용진, 정인성, 레디, 윤비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마마돈크라이'도 우여곡절 끝에 6월 17일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개막을 확정했다. 당초 2월 28일 개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두 차례나 연기됐다. 지난 몇 달간 멈춰있던 무대에 다시 오를 배우와 스태프들은 공연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되새기며 개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연계는 모처럼 쏟아지는 신작 뮤지컬의 개막 소식을 대체로 반기고 있다. 이를 통해 공연계에서 등을 돌렸던 팬들이 다시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실제로 뮤지컬 팬들은 모처럼 다양한 작품들 사이에서 자신이 봐야 할 작품을 고르느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여전히 공연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작품들이 줄줄이 개막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증된 대극장 뮤지컬들의 공세에 중소극장 뮤지컬들은 오히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작들이 끊임없이 무대에 올라 다양성이 확보돼야만 뮤지컬 시장도 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어쨌든 6월 뮤지컬계는 멈췄던 시계를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다시 쉼 없이 달릴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시장이 여름 성수기를 통해 떠나간 관객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